미술관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2009 미술관 봄나들이: 미술관 습격사건]展 | |||||||||
정체불명의 캐릭터들이 미술관을 상대로 벌이는 소심한 반란 | |||||||||
정체불명의 괴물들과 동물들, 장난감들이 미술관 곳곳을 점거했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그것도 도심에 위치한 미술관에 겁도 없이 말이다. 지금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이들의 소심한 습격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이름하여 [2009 미술관 봄나들이: 미술관 습격사건]展이다. ‘미술관 봄나들이’展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매년 봄마다 개최하는 야외 전시다. 미술관 앞마당, 정원, 진입로 등을 전시 공간으로 확장하여, 시민들에게 문화와 휴식이 공존하는 열린 마당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의 습격 사건을 보고 있으면, 무섭고 진지하기보다는 유머러스하고 재미있다. 오히려 깜찍하고 귀엽기까지 하다. 우선, 검은색 수트를 입은 인형들이 미술관 진입로를 지키고 서 있다. 김영 작가의 ‘수트맨’ 작품이다. 마치 보디가드처럼 미술관을 지키는 상황 같기도 하고, 들어오는 관람객들을 감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딘가 범상치 않은 모습이다. 수달 세 식구들은 미술관 정원에 터를 잡고 유유히 티타임을 즐기고 있다. 김예솔 작가의 ‘Tea Time' 작품이다. 수달 식구들은 역습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관계없이, 그저 커피나 마시자는 여유로운 포즈이다. 미술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이들의 티타임은 더 우아해 보인다. 미술관과 동물이라니,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관람객들은 이렇듯 자연스럽게 조합되지 않는 데에서 오히려 웃음이 터진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괴한 생명체는 아예 미술관 파사드 위를 점령하고 있다. 황은정 작가의 ‘Sharpie'이다. 역습의 주동자가 되어 아래를 내려다보며, 작전이 잘 이루어지는지 확인하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러나 역시나 위엄 있어 보이기는커녕, 그 모습이 코믹하다. 전시장 바로 앞에는 습격에서 빠질 수 없는 탱크가 놓여 있다. 그러나 미술관을 지키는 것인지, 아니면 공격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김과 현씨의 ‘바나나 맛 우유 탱크’ 작품이다. 더군다나 탱크의 모습이 왠지 익숙한데, 바로 ‘바나나 맛 우유통’의 모티프이기 때문이다. 서구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보급된 바나나 맛 우유를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사회 비판까지 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미술관에 습격을 가한 것일까. 견고하기만 한 고급예술에 습격을 가해보겠다는 의도에서 사건은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 습격 사건이 오히려 재밌어 보이는 이유는 이들이 거대한 힘을 지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화에나 나올법한 캐릭터들은 엘리트주의 상징인 미술에서 비주류로써 소외되었다. 이들의 습격은 작고, 소심하다. 그러나 이 습격이 지닌 의미는 크다. 주류와 비주류, 상위문화와 하위문화의 견고한 경계에 일종의 금을 내기 때문이다. 미술관은 접근하기 어렵고 고급스러운 장소가 아니라,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임을 말하고 있다. [미술관 습격사견]展이 좋은 이유는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늘 미술관에서의 사진 촬영은 자유롭지 못했는데, 이 캐릭터들은 자신의 모습을 빨리 찍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경제적 불황 속에서도 따스한 봄은 찾아온다. 걱정거리는 잠시 미뤄두고, 유쾌함과 통쾌함이 있는 이 전시를 찾아가보자. [미술관 습격사견]展은 6월 14일까지 계속된다. [전시정보] 전시명: [2009 미술관 봄나들이: 미술관 습격사건] 참여작가: 김영, 변대용, 황은정, 김예솔, 임수진, 위영일, 김과 현씨 외 전시일정: 2009.4.30~6.14 전시장소: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옥외 공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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