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술전시/미술도서

[미술도서]病은 화가의 붓이었다…‘질병이 탄생시킨 명화’

은 화가의 붓이었다…‘질병이 탄생시킨 명화’



◇질병이 탄생시킨 명화/문국진 지음/304쪽·2만5000원·자유아카데미

프랑스 화가 모네는 백내장을 앓았다. 나이가 들어 빛깔을 혼동하기 시작하면서 작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시력이 정상일 때 그린 ‘수련 연못’의 사물은 고유의 빛깔로 그려진 반면 시력이 나빠진 뒤 그린 ‘일본식 다리’에는 연못의 물과 나무가 황색, 적갈색으로 표현돼 있다.

화가의 질병과 작품은 이처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법의학자이자 평론가인 저자는 화가들의 전기와 병적() 기록을 조사해 질병이 작품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네덜란드 화가 고흐가 그린 ‘밤의 카페테라스’ ‘밤의 카페’ 같은 그림에 노란빛이 두드러지는 것은 황시증() 때문이다. 압생트라는 독한 술을 즐겨 마신 고흐는 이 술의 독성으로 인해 사물이 노랗게 보이는 황시증을 앓았다.

스페인의 여류 화가 바로는 한 남자에게 만족하지 못한 채 중독이라고 할 정도로 충동적인 성행동을 보였다. 정신의학에선 이를 ‘님포마니아(nymphomania)’라고 한다. 고양이를 그린 ‘양치묘’에서 남성의 성기가 연상되는 것은 님포마니아 때문이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절규’를 그린 노르웨이 화가 뭉크는 스스로 정신분열증을 인정했다. 그는 “여러분도 ‘절규’를 알고 있겠지만 당시 나는 극단적인 상황에 몰려 있었으며 내 피 속까지 자연의 절규가 스며들어 터질 것만 같았다”는 글을 남겼다.

이탈리아 화가 모딜리아니의 ‘푸른 눈의 여인’은 자신도 몰랐던 난시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그는 “일부러 사람의 얼굴을 길게 끌어당긴 것은 아니며 마음에서 우러나는 대로 손을 움직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질병이나 장애가 작품에 반영된 것도 있다. 스페인 화가 고야는 청력을 잃은 뒤 그 고통을 그림에 표현했고, 프랑스 화가 마티스는 결장암 수술 이후 기력을 잃자 붓을 잡는 대신 색종이 오려 붙이기를 시작했다.

프랑스 화가 세잔이 썩은 사과와 두개골을 놓고 ‘두개골이 있는 정물화’를 그린 것은 당뇨병을 앓고 있던 세잔이 죽음을 예감한 상황에서 그렸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