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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전시/미술계동정

세계미술을 이끌어가는 아티스트 TOP 100

데미안 허스트

세계미술을 이끌어가는 아티스트 TOP 100

글 | 김새미 기자

프랑스의 미술시장 분석회사인 아트프라이스닷컴이 지난 10월 2006년 1월 1일부터 2007년 6월 30일까지의 경매 결과를 토대로 2006/2007 최고의 작가 500명을 선정했다.

경매장의 귀하신 몸, 바스키아와 허스트

1945년 이후 출생한 현대미술가 중에서 경매를 통한 거래 총액이 가장 높은 순서대로 500명을 집계한 결과, 73점이 낙찰되어 거래 총액 46,833,564유로를 기록한 장 미셸 바스키아가 1위를 차지했다. 그의 작품은 지난 17년간 경매를 통해 약 2,500억원(1억8천3백만유로) 어치가 거래되었으며, 올해 5월 뉴욕 소더비에서 1981년 작 <무제>가 약 178억원(1천3백만유로)에 낙찰되어 최고가를 기록했다. 조사 기간 중 낙찰된 최고가의 작품 10점 중 4점이 바스키아의 작품이다. 그는 28년의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800~900점의 페인팅과 1,500점의 드로잉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존 작가 중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작가는 데미안 허스트다. 2007년 단 6개월 동안 6점의 작품이 백만달러 이상에 낙찰되었다. 2007년 6월 런던 소더비에서 6,136개의 채색된 알약이 담긴 작품 <Lullaby Spring>이 사치갤러리에 약 160억원의 가격으로 낙찰되었고, 지난 8월 30일에는 한 투자회사가 백금으로 주형을 뜬 실물 크기의 인간 두개골에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은 <For The Love of God>을 약 940억원(1억달러)에 화이트큐브갤러리를 통해 구매하여 생존 작가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상위권 작가들 중에서 컬렉터를 가장 사로잡는 장르 중의 하나는 사진이다. 리차드 프린스, 안드레아 거스키, 신디 셔먼 모두 1999년 이후에 최고낙찰가가 10억원(1백만달러)대를 넘었다. 이 중 거스키의 작품이 단연 가장 비싸다. 그의 작품은 70% 이상이 1만유로 이상에 거래되고 있으며 2007년 2월 런던 소더비에서 거래된 <99cent Ⅱ>는 약 30억에 낙찰되어 사진 작품 중에서 최고가를 기록했다. 토마스 스투르스는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상>을 바라보는 관객들을 찍은 작품 <Natio nal Museum of Art, Tokyo>이 지난 6월 런던 소더비에서 약 7억원(39만파운드)에 거래되어 34위에 올랐다. 38위를 차지한 토마스 루프의 작품가는 지난 10년간 약 370% 올랐다. 거스키, 루프, 스투르스와 함께 독일 현대 사진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칸디다 회퍼는 순위에 오르지 못했다.
최근 가장 떠오르는 작가들은 단연 중국의 작가들이다. 이미 2006년에 중국은 세계에서 4번째로 큰 미술시장으로 떠올랐고 경매사 또한 확장되고 있다. 아트프라이스가 발표한 2006/2007년의 상위 10개의 경매사 중에서 소더비, 크리스티, 필립스의 뒤를 이어 중국의 폴리(4위), 차이나 가디언(5위), 상하이 호산(6위), 한하이 옥션(9위)이 차지했다. 장 샤오강(3위), 위에 민준(5위), 쩡 판즈(7위), 첸 이페이(12위), 리우 샤우동(22위) 등의 작가들의 작품은 10억대를 넘어선 지 오래다. 아트프라이스는 2008년 활약이 기대되는 작가로 얀 페이밍(18위), 팡 리준(23위), 왕 이동(25위), 리우 예(28위), 차이 구오창(64위), 마오 얀(71위)을 꼽았다. 일본 작가 중에서는 히로시 스기모토(15위), 요시토모 나라 (21위), 무라카미 다카시(50위)가 상위권에 들었다.
아트프라이스닷컴의 분석에 따르면, 2001년 9월부터 2007년 7월까지 세계 경제는 152%의 성장세를 보였고, 같은 기간 동안 현대미술의 가격대는 투기적인 양상을 보이며 233%나 증가했다. 1945년 이후에 출생한 현대작가들의 작품은 2005부터 계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07년 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쇼크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고 부동산 또한 하락세를 보였지만 9. 11사태 당시와 마찬가지로 미술시장은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미술시장의 경우 1990년대의 침체기 이후에는 세계 경제의 위험 요소에 즉각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인 투자 상품이 되었기 때문에 뉴욕이나 파리의 주식시장이 무너져도 미술작품에 대한 투자는 ‘머스트 해브’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는 것이다.
TOP 500작가 중에 한국의 작가로는 홍경택(145위), 배병우(184위), 최영걸(250위), 김동유(272위), 최우람(315위), 이용덕(390위), 안성하(437위), 강익중(461위), 고영훈(470위)이 순위에 포함되었다.

left:제프 쿤스 <Hanging Heart(Magenta/Gold)> 2007 12월 14일 소더비 뉴욕에서 약 220억원에 낙찰 right:아라리오 씨킴 회장

37번째를 맞은 쿤스트콤파스

1970년부터 매년 최고의 예술가 100인(Kunstkom pass-Die 100 Gr쉝sten)을 선정하여 발표하는 독일의 경제전문지 《캐피탈》에서는 2007년의 최고의 예술가로 게르하르트 리히터를 선정했다. 그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10위권 내 작가들도 2004년부터 크게 변화가 없다. 5위까지의 순위는 2006년과 같고, 6~10위에서는 순위가 조금 바뀌었을 뿐이다. 브루스 나우만, 지그마 폴케, 로즈마리 트로켈, 루이스 브루주아, 신디 셔먼, 게오르그 바젤리츠, 마이크 켈리는 2004년부터 10위권 내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2004년에 9위, 2005년 10위를 차지했던 크리스티앙 볼탕스키는 2006년부터 10위권에서 제외되어 17위를 차지했고, 2004년 10위를 차지했던 프란츠 웨스트는 2005년부터 10위권 내에서 밀려나 24위에 머물렀다. 2004년 11위였던 빌 비올라는 2005년 9위를 차지했으나 2007년에는 14위에 그쳤고 2006년부터는 윌리엄 켄트리지와 올라파 엘리아슨이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캐피탈》지의 순위는 ‘베스트셀러 리스트’가 아님을 강조한다. 가격 지표나 경매 과정을 무시하고 전 세계 150여 개의 주요 미술관에서의 개인전 및 단체전, 주요 전문지(독일의 《아트》《쿤스트포름》 이탈리아의 《플래시 아트》, 스위스의 《파케트》, 미국의 《아트인아메리카》)에의 노출 빈도 등을 통해 드러난 행적을 점수화하여 합산한 뒤 그 합계를 최저가에서부터 최고가까지의 가격대와 비교하여 제시할 뿐이다. 주요 미술관으로는 런던의 테이트모던, 뉴욕의 구겐하임과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파리의 퐁피두센터, 베를린국립미술관, 암스테르담 스테델릭미술관 등을 800점, 기타 주요 미술관을 650점으로 책정한다. 이러한 기관에서의 전시가 미술시장의 가격 형성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됨을 고려한 것이다. 카셀도큐멘타나 뮌스터조각프로젝트 및 주요 비엔날레와 트리엔날레의 참여도도 매우 높이 평가한다. 이러한 방식의 쿤스트콤파스는 독일의 경제 저널리스트 빌리 본가르드(Willi Bongard)가 창안한 것으로, 그가 작고한 1985년 이후부터는 그의 부인 린데 로어 본가르드(Linde Rohr Bongard)가 이 방식대로 순위를 집계하고 있다.

루이스 부르주아 <Seven in Bed> 2001

’급’ 부상하는 뉴페이스

2007년 가장 약진을 보인 작가로는 69위 상승한 이자 겐즈켄(90위), 42위 상승한 어윈 웜(88위), 40위 상승한 피터 도이그(74위), 30위 상승한 실비 플뢰리(97위) 등을 들 수 있다. 이자 겐즈켄은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 뮌스터조각프로젝트에 참여했고 베를린 구겐하임, 테이트생아비스, 뉴욕 뉴뮤지엄 등에서 전시를 하며 활약했다. 마른 몸매에 대한 집착, 비만, 패션, 광고, 소비문화 등 현대인이 직면한 문제들을 조각이 구성되는 방식과 그것의 개념에 관한 질문들로서 제시해 온 오스트리아 작가 어윈 웜 또한 함부르크 다이히토르할렌(Deichtohallen)에서의 회고전을 비롯하여 짤즈부르크 근대미술관, 베를린 구겐하임, 모리미술관, 칼스루헤 ZKM를 비롯하여 다양한 전시에 참여하여 지난해 130위에서 88위로 올랐다. 2월 5일 테이트모던에서의 개인전을 앞두고 있는 피터 도이그와 첼시미술관에서의 <Dangerous Beauty>, P.S.1에서의 <The Golden Standard>,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등에 참여한 실비 플뢰리의 상승세도 높았다.
《캐피탈》지는 2006년부터 부상하는 작가 100인(Die 100 Umtriebigsten)의 리스트도 발표하고 있다. 이 리스트의 2007년 스타는 루마니아 작가 댄 퍼잡스키(Dan Perjovshi, 1961). 올해 총점은 12,870점으로 100위 내에 진입하지는 못했지만 작년보다 8,550점이 오르면서 브루스 나우만의 뒤를 이어 가장 빠르게 부상하는 작가로 떠올랐다. 2007년 5월부터 8월까지 모마에서 개인전을 한 그는, 매우 단순하고도 유머러스하지만 현대사를 곱씹게 하는 의미 깊은 드로잉으로 전시 공간을 가득 채운다. 이 리스트에는 아시아권 작가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1973년 홍콩에서 태어나 펜실베니아 대학과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에서 수학한 폴 챈(Paul Chan)은 아직까지 총점은 9,595점으로 비교적 낮지만, 5,400점 상승하며 24위에 올랐다. 그는 미국 내의 테러집단을 도왔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은 뉴욕의 민권변호사 린 스테워트(Lynne Stewart)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영화로 뉴욕 언더그라운드 필름 페스티발, 선덴스 영화제 등에 참여했고, 3월부터 6월까지는 암스테르담 스테델릭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이 외에도 야요이 쿠사마가 30위, 리우지엔화가 67위, 아이 웨이웨이가 73위, 요시토모 나라가 87위에 올랐다.
아트프라이스의 작가 순위는 경매 결과를 토대로 집계한 것이기 때문에 1차 시장에 대한 분석 결과가 반영되어 있지 않고, 《캐피탈》지의 최고의 예술가 100인을 선정하는 방식은 지나치게 유럽 중심적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최근에는 독일의 경제학자 게오르그 프랑크(Georg Frank)가 고안한 아트팩츠(Artfacts.Net)의 작가 순위나 아트넷(artnet)의 프라이스 데이터베이스도 주목을 받고 있다. 전문적인 미술투자를 위해서 영국의 AMR(Art Market Research), 세이무어(SEYMOURS), 프랑스의 아트택틱(ArtTactic), 미국의 쿠신앤컴퍼니(Kusin & Company) 등에서는 경제학적인 관점으로 작가와 작품을 분석하여 수치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