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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전시/미술전시회

비엔나미술사박물관

벨라스케스 <마르가레타 테레지시 공주> 1656

올 여름, 서양미술사의 귀하신 몸들이 대거 한국을 방문한다. <비엔나미술사박물관: 합스부르크 왕가 콜렉션>전(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 6. 26~9. 30), <오르세미술관-만종과 거장들의 영혼>전(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4. 21~9. 2), <빛의 화가: 모네>전(서울시립미술관 6. 6~9. 26). 고전미술에서 근대미술에 이르기까지 교과서에서나 보았던 유명 작품을 원화로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자, 이제 거장의 숨결, 명화의 감동 앞으로 성큼 다가서 보자.

파리 루브르박물관, 마드리드 프라도박물관과 더불어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비엔나미술사박물관이 엄선된 르네상스, 바로크 회화 64점을 들고 방한한다. 1891년 개관한 이 미술관은 회화와 조각, 공예 작품뿐 아니라 옛 왕궁의 보물 및 화폐 등에 이르기까지 왕실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소장품을 갖고 있다.

소장품은 13세기 유럽사에 등장해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자리를 독차지하며 19세기 1차 세계대전 이후까지 유럽을 지배했던 ‘합스부르크’ 가문의 강력한 왕권과 화려한 영광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런 역사적인 사실들을 바탕으로 이번 전시는 합스부르크 가문의 위대한 콜렉터들의 작품 소장 이력에 맞추어 구성되었다.

끌로드 모네 <수련> 캔버스에 유채 89×100cm 1903

합스부르크 왕가 콜렉션
전시는 대공 페르디난트 2세(1529~1596)에서 시작된다. 예술작품과 진기한 물품 수집에 열정적이었던 그는 합스부르크 가문 콜렉션의 기초를 마련한 인물이다. 그의 콜렉션은 특히 초상화 부문이 유명하다. 황제 루돌프 2세를 거쳐 레오폴드 빌헬름 대공에 이르면 콜렉션의 수준은 한껏 격이 높아진다. 당시 유행하던 플랑드르, 네덜란드의 회화작품을 사 모으며 동시대의 화가들을 아낌없이 후원했기 때문이다. 여러 모로 인용되는 다비드 트니에르의 그림 <대공 레오폴드 빌헬름의 브뤼셀 갤러리>에서도 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전시에서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그림은 벨라스케스의 왕녀 마르가레타 테레사의 그림일 것이다. 스페인 왕 펠리페 4세의 딸인 그녀는 어린 나이에 이미 황제 레오폴드 1세와 정략결혼을 하게 되었고, 그녀의 성장 과정을 담은 초상화들이 스페인에서 비엔나로 여러 점 보내졌다. 붉은색을 배경으로 담담한 색채의 드레스를 입은 공주가 강단 있어 보인다. 어린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왕손다운 절제된 표정과 자세가 의젓하기까지 하다. 그녀는 여성적인 교육만 받고 자랐는데도 계몽주의 사상의 영향으로 내정을 정비하고 국민 의무 교육제를 실시하는 등 정치적 비상함을 발휘했다. 예술에 있어서는 탁월한 콜렉터도 후원자도 아니었으나 건축과 미술을 궁정 차원에서 관리할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한다.

비엔나미술사박물관의 이번 전시에서는 16세기 베네치아 화풍을 대표하는 화가 베로네제, 17세기 최고의 바로크 화가 루벤스, 17세기 네덜란드 풍속화의 대표적 화가 테르 보르호, 신성로마제국 황제 루돌프 2세의 궁정화가 한스 폰 아헨, 꽃 정물화로 유명세를 떨쳤던 얀 브뤼겔, 풍경화로 이름을 날렸던 카날레토, 빛의 대가 렘브란트 등의 작품들을 통해 고전미술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오르세미술관, 서울 나들이
고전미술의 바통을 이어받은 근대미술전은 단연 <오르세미술관>전이 될 것이다. 2000년 이미 40만 명의 관람객을 유치하며 근대미술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었던 오르세미술관의 이번 전시는 밀레의 <만종>을 비롯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마네의 <피리부는 소년>, 고흐의 <아를의 반 고흐의 방> 등의 대표작들을 소개한다. 특히 종교화와 같은 경건함을 불러일으키는 <만종>은 프랑스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외국 전시가 이루어지기 힘든 작품이어서, 역사상 최고의 보험가액 기록을 갱신하며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술사에서 거대한 축을 이루는 고흐와 고갱의 그림도 주목할 만하다. 두 사람의 작품을 통해 서로 다른 시각으로 화가 공동체를 꿈꿨던 이들의 성향을 짐작해 보는 것도 전시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오르세미술관의 상징처럼 사랑받는 마네의 <피리부는 소년>도 눈에 띄는 작품이다. 3차원의 눈속임 기법을 지양하고 2차원의 평면에 ‘그림처럼’ 그림을 그렸던 작가의 평면 묘사의 특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더불어 미술관이 자랑하는 모로의 <오르페우스>와 드가의 <오페라좌의 관현악단>, 서정적인 베르트 모리조의 <요람>, 시냑의 <우물가의 여인들> 등 44점의 회화와 30여 점의 사진들을 통해 후기 인상주의와 신인상주의에 이르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근대미술의 흐름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상주의의 진수, 빛의 화가 모네
더불어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조인 인상주의의 시작점이 궁금하다면 <빛의 화가: 모네>전이 좋겠다. 눈으로 보이는 대로 현상을 지각하여 화면에 옮겼던 인상주의의 시작이 바로 1874년 파리 살롱전에 출품한 모네의 작품 <인상: 해돋이>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모네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파리 마르모탕미술관의 걸작들과 그 외 세계 여러 미술관에 흩어져 있는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이기도 하다.

전시의 중심은 20여 점에 달하는 <수련> 연작과 지베르니 정원의 풍경을 그린 작품들이다. 처음에 연못 위에 떠 있던 수련들은 구체적인 형태를 보이다가 이후 모네가 시력을 잃어가면서 점점 추상화적인 성격으로 변모해 간다. 빛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색채와 붓터치를 이용해 형상을 지워내고 추상적인 미를 선보인 그는 이후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수련> 연작 중 길이 3미터의 초대형 작품 두 점과 2미터 크기의 수련 작품들이 다량 전시될 예정이다. 이 같은 규모는 프랑스를 제외한 곳에서 열린 모네 전시 중 사상 최대 규모라 하니 모네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꼭 놓치지 않길 바란다.  |허은경·미술사

고갱 <타히티의 여인들, 해변에서> 캔버스에 유채 69×91.5cm 18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