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술전시/미술전시회

[미술전시]클림트 황금빛 비밀, 그것은‘유혹’

[미술전시][클림트전시]클림트 황금빛 비밀, 그것은‘유혹’
구스타프 클림트를 논할 때마다 빠짐없이 거론되는 1901년 작‘유디트(Judith)I’. 어슴프레 살짝 감은 눈, 약간 벌어진 입술, 노출된 가슴이 황금빛 색채와 어우러져 관능미를 한껏 뿜어낸다. 캔버스에 유채, 84x42cm, 벨베데레미술관, 비엔나.

예술의전당‘클림트’아시아 첫 단독전

강렬한 빛ㆍ도발적 조형언어

‘색채 마술사’ 의 에로티시즘 ‘유디트Ⅰ’ ‘아담과 이브’등

대표걸작 200여점 최대규모 보험가만 4조5천억원 달해

황금빛 비밀을 간직한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이 한국 땅을 밟는다. 오스트리아 국립벨베데레미술관과 전시기획사 ㈜문화HD는 오는 2월2일부터 5월15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클림트의 황금빛 비밀-토탈아트를 찾아서’전을 연다. 클림트 단독전은 아시아 최초로, 보험가액만 4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클림트의 황금빛 그림, 왜 인기?= ‘오스트리아의 국보’로 불리는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는 전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확보한 작가다. 귀금속세공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천정 등에 그림을 그리는 장식화가로 출발, 유럽을 풍미한 미술사조를 두루 흡수하며 찬란하면서도 격정적인 회화를 그려냈다.

공공미술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명성을 쌓은 클림트는 회화와 건축을 ‘미학과 실용’이라는 두가지 측면에서 이해하며 ‘토탈아트’라는 예술적 개념을 끌어냈다. 이 개념은 1897년 진보적 작가들로 결성된 ‘비엔나 분리파’의 핵심개념이 된다.

이후 클림트의 그림은 보다 풍부하고, 화려해지며 또다시 변화를 겪는다. 다양한 절충적 표현도 시도한 그는 여성 주제 작품에선 강렬한 황금빛으로 과감하고 도발적인 표현을 강행했다. ‘색채의 마술사’로써 에로티시즘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탓에 클림트는 무수한 스캔들을 감수해야 했다.

남녀가 끌어안고 격렬하게 키스를 나누는 클림트의 작품은 지극히 노골적인 화폭과 과장된 표현이 세기말 빈 문화예술계에 뜨거운 미학적 논쟁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남다른 조형언어와 뛰어난 장식성은 그를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불러왔고, 오늘날까지도 어떤 작가보다 인기를 누리게 하는 요인이다. 실례로 뷰티브랜드 에스티 로더를 이끄는 화장품 재벌 로널드 로더는 지난 2006년 클림트의 대표작인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1’(1907년작)을 자그만치 1억3500만달러라는 금액에 사들여 회화부문 최고거래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보험가액 4조5000억원.. 어떤 작품이 오나=이번 전시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리는 클림트 단독전이다. 벨베데레 미술관을 중심으로 12곳의 미술관과 개인소장자로부터 모은 클림트의 유화 37점과 드로잉, 벽화, 포스터 원본 등 110여점이 전시되며, 사진과 설치물까지 포함하면 200여점에 이른다. ㈜문화HD측은 “보험가액만 25억유로(약 4조5000억원)”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어떤 작품이 오길래 이토록 보험가액이 높은 걸까. 아쉽게도 대표작인 ‘키스’는 제외됐지만 팜므파탈의 여성상을 관능적으로 표현한 1901년작 유화 ‘유디트1’, 에로스의 상징인 호피무늬와 다산을 상징하는 꽃 아네모네를 그려넣은 1917년작 유화 ‘아담과 이브’가 포함됐다. 특히 ‘유디트’는 클림트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작품으로, 적장의 (잘린) 목에 손을 얹고 있는 유디트를 위험하리만치 뇌쇄적인 팜므파탈로 표현한 걸작이다. 졸린 듯 살짝 감긴 눈과 약간 벌어진 입술, 반쯤 드러난 오른쪽 가슴이 더없이 관능적이고 강렬하다.

클림트는 ‘아담과 이브’에서 팜므파탈의 마지막 주인공으로 이브를 선택했다. 발그레 달아오른 두 볼에 빨간 입술의 이브는 당당하다 못해 뻔뻔스럽기까지 하다. 반면에 ‘아기(Baby)’는 화려한 색채더미 속에서 작은 손을 뻗으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갓난아기의 모습이 클림트의 또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클림트는 풍경화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캄머성 공원의 산책로’(1912년) 등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빈 분리파가 거장 베토벤에게 경의를 표하며 1902년 개최한 전시 때 클림트가 선보였던 벽화 ‘베토벤 프리즈’의 이동용 복제본과 클림트가 관여했던 포스터룸 재현공간은 아카데미즘에서 탈피해 미술, 건축, 공예, 음악을 아우른 빈 분리파의 지향점을 살펴볼 수 있다.

알프레드 바이딩거 벨베데레미술관 부관장은 “클림트의 그림은 매우 예민해 해외나들이가 쉽지 않다. 이번 전시 후 당분간 해외전시는 열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혀 이번 수준의 클림트전을 또 보기란 어려울 전망이다. 부대행사도 키즈아카데미, 세미나 등 다양하며 ‘황금빛 도슨트투어’가 매일 세차례 열린다. 입장료는 역대미술전 중 가장 고가로, 성인 1만6000원 청소년 8000원이다. 02)334-4251

이영란 기자/yrlee@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