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현주 展
'존재에 대한 齊物論적 물음'
공존 / 도침장지에 수간채색/ 66*53 /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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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19일 ~ 12월 6일
빛갤러리 [약도보기]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 76 인곡빌딩 B1 Tel.02-720-2250
(일요일 휴관)
근대보기/ 도침장지에 수간채색/ 73*61/ 2008
남현주- 존재에 대한 齊物論적 물음
장정란(미술사. 문학박사)
남현주의 그림은 과거에 대한 분석과 현재에 대한 실존적 물음, 미래에 대한 의문부호로 이루어진 종합적 질문들에 대한 회화적 탐색이다. 남현주의 화면에 등장하는 지나간 민화의 시대나 책거리 그림은, 우리의 역사 속에서 신분과 관계없이 희망했던, 풍성한 현실을 열망했던 흔적들이며, 서양名畵속의 풍경과 인물들은 근현대에 우리가 만났던 새로움이고, 화려하게 날고 있는 나비들은 미래에 대한 조망적 시선이다.
여인 / 도침장지에 수간채색/ 66*53 / 2008
작가의 사유는 이런 다양한 세계를 넘나들지만 그 사이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의자를 설정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남현주 그림의 메인주제로 주목할 점으로 여겨진다. 모든 그림에 의자가 등장하는데 하나, 두 개, 혹은 세 개나 여러 개로 다양한 형태와 색채를 가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의자를 중심으로 화면에 펼쳐진 이름다운 꽃들이나 신비한 동양적 병풍들, 서양의 명화액자등은 그 섬세한 필치나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서있는 의자의 주변에서 보조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존 / 도침장지에 수간채색/ 66*53 / 2008
그렇다면 남현주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의자들일 것이며 이것은 모든 시대에 존재했던 것들에 대한 물음표의 표상임을 알 수 있다.
남현주 그림에서 의자는 항상 비어있다. 즉 “비움”에 대한 철학적 물음이 남현주가 추구하는 회화적 본질이다.
빈 의자는 언제가 누가 앉았던 것이며 누구도 앉을 수 있는 것이며 누군가가 앉을 공간이다. 의자 후경이나 주변에 배치되는 민화적 소재나 크고 탐스런 꽃들, 명화 속 남녀들은 그 의자 속의 시대적 상징물들이다. 그러나 언제나 비어있다는 것은 누구든, 어느 시대의 인물들이나, 언제든지 그 의자에 앉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존 / 도침장지에 수간채색/ 66*53 / 2008
그러므로 남현주 그림에서 과거나 미래는 곧 현재적 시간이며 화려하나 정적인 꽃들이나 움직이는 동물들은 모두 동등하게 취급된다.
이것은 남현주가 “ 일체의 사물은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는 莊子의 齊物論적 관점에 동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핑크빛 꿈을 꾸다/ 도침장지에 수간채색/ 116*91/ 2008
道는 구별이 없는데 인간이 구별한 것이며 사물의 이름은 그렇게 생겨났고 그러므로 인간의 습관과 편견으로 세상의 구별들이 정해지게 되었다.
남현주의 그림에서 의자는 비어있음으로 그 시대마다 변하였던 다양한 가치들에 대하여 본질적 물음을 던지고자 한다.
과거에 의자를 점령했던 유일한 사람, 같이 나란히 앉았던 그들, 여럿이 모여있었던 군중들에게 빈 의자를 제시함으로서 여전히 그 사실이 유효한 근거가 있는지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세상속으로 / 도침장지에 수간채색/ 116* 91/ 2008
그러나 이런 철학적 질문을 강렬하고 화려한 색채로 구사함으로서 감상자들에게 날카로운 설득이 아닌 몽롱한 신비함으로 유도하면서 대화를 거는 것이 남현주 그림의 회화적 강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남현주의 색채는 신비하고 아름다운데 동양화의 전통적 채색법인 수간채색을 치열하게 연구해서 나온 결과물이다. 수간채색의 기본성질인 수분과 부드러움이, 화면 가득 강렬한 색채를 풀어내는대도 그 적정함의 투명도를 유지시키도록 공헌하고 있다. 그러므로 서양화의 채색재료와는 차별되는 독특한 감성의 남현주식 채색을 성취하고 있다.
낙원을 꿈꾸며Ⅱ/ 도침장지에 수간채색/ 162*81/ 2008
또 하나 주목되는 장치가 門이라는 오브제의 사용인데, 소품들의 작품에서 주로 사용되는 것으로 열고 닫는 방식으로 표구하여, 門을 열어야 그림을 볼 수 있는 형식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현주 그림에서 등장했던 모든 시대의 이야기들이 門 을 열어야 볼 수 있다는 상징적 표현이다.
즉 앞서 서술한 모든 사물에 대한 동등한 가치는 門을 열 수 있는 사람, 門 을 열고자 하는 사람들만이 볼 수 있는 세계이다. 남현주의 그림은 門을 열어야 볼 수 있다. 이것은 한편 새로운 가치들을 향해서 가고자 하는 작가의 열망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낙원을 꿈꾸며Ⅲ/도침장지에 수간채색/ 162*81/ 2008
즉 남현주의 그림세계는 東西와 고전과 정보화가 혼재한 이 시대에, 모든 것은 가치와 의미를 구별할 수 없다는 齊物論적 물음의 현재형이다.
화면상공을 가득히 떠다니는 나비들은 莊子의 胡蝶之夢에 대한 현재적 표상이며, 그 나비들은 또한 우리들의 고정된 현실이자, 미래의 자유로운 날개들이다.
남현주 그림에서 胡蝶之夢의 나비는 새로운 가치들에 대한 통로로 전환되며 그러므로 이 시대의 또다른 눈부신 현상으로 태어나고 있다.
남현주의 이런 사유태도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공간이 공존하는 다양한 회화적 境界를 형성하면서 감상자들에게 독특한 美的경험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