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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전시/미술재테크

[미술투자]저평가된 `名作`에 눈떠라

[미술투자]저평가된 `名作`에 눈떠라

저평가된 `名作`에 눈떠라

#1

100억원대의 자산을 시중은행 강남 프라이빗 뱅킹(PB) 센터에서 굴리고 있는 K씨는 최근 고가의 미술품을 구입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이중섭 박수근 등 유명 작가의 위작 시비가 최근 잇따라 발생하자 투자에 대한 욕구가 급격하게 식어버린 것.K씨는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알게 된 사람의 소개로 유명 작가의 잘 알려진 작품을 구입하려 했는데,위작 시비가 잇따라 구입하려던 마음이 싹 가셨다"고 했다.

#2

남편과 함께 2년 전부터 미술품 수집에 본격적으로 나선 30대 후반의 의사 B씨 역시 작품 수집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유명 작가들의 위작 사건 이후 미술품 구입을 당분간 접기로 결정한 B씨는 대신 한 대학이 야간에 개설한 미술강의를 신청,올 한 해 본격적으로 미술공부에 매진할 생각이다.

B씨는 "미술품 투자에 관심이 많은 지인들에게 '숨겨진 명작들을 싼 값에 사들여 비싸게 파는 게 진정한 고수'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미술에 대한 지식도 넓혀야 할 것 같고,무엇보다 네임 밸류는 떨어지지만,작품성이 뛰어난 옐로칩 작품들을 발굴할 수 있도록 발품을 파는 횟수도 늘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3

최근 이중섭 박수근 등 유명 한국화가들의 작품에 대한 위작 시비가 잇따르면서 지난 한 해 동안 강남 아줌마들 사이에 뜨겁게 달아올랐던 미술품 투자 열기도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강남의 미술품 애호가들은 위작 시비가 붙을 가능성이 높은 작고한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때문에 수억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작품들의 경우 가격에 '거품'이 빠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필자가 평소에 알고 지내는 한 미술품 유통업계 관계자는 "삼성 특검이 삼성그룹의 미술품 투자에 대해서도 '칼날'을 겨눈 것도 미술품 투자심리를 냉각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라며 "미술품 시장의 '큰손'이던 사모님들의 투자 수요가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투자심리 위축이 미술시장 전체의 극단적인 불황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맞벌이를 통해 한창 부(富)를 축적하고 있는 젊은 '큰손'들을 중심으로 네임 밸류는 약간 떨어지지만,작품성이 뛰어난 미술품들을 발굴해 내려는 노력들이 차분하게 이뤄지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PB 업계에서는 "초고가 블루칩 작품의 가격은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겠지만,중.저가 작품들을 중심으로 가격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 대세다.

실제로 PB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강남 아줌마들의 일부는 지금의 상황을 미술 투자에 대한 전문지식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기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최근의 시장 트렌드를 정확히 읽고 투자를 하기 위해 청담동과 삼청동 일대 갤러리를 다니며,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기본이다.

대학들이 개설한 사회교육원이나 백화점 문화센터,미술 관련 전문기관 등에 개설된 아트테크 강좌를 수강하기 시작한 사람들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이들은 해당 교육기관에서 정보 수집을 위해 동호회 모임을 활발하게 갖고 있으며,회원들끼리 갤러리 투어 및 작가와의 만남에도 적극적이다.

관심을 해외 시장으로 돌리는 '큰손'들도 있다.최근 해외 펀드 가운데 브릭스 펀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처럼 이들 사이에는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이머징 마켓의 유명 작가 작품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거액을 투자하고도 위작을 구입해 아연실색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아예 검증된 해외 경매시장에서 한국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는 강남 아줌마들도 증가하고 있다.

작년 11월 홍콩에서 열린 크리스티 아시아 컨템퍼러리 경매에서 한국의 젊은 유망 작가들의 작품이 강남 큰손들에게 잇따라 낙찰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강남 아줌마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좋은 투자 대상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는 게 재테크의 기본'이라는 격언을 매우 충실하게 실천하고 있는 사례다.미술품 투자에 관심이 많은 '개미'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배워야 할 부분이다.

미술품 전문가들은 미술품 투자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진흙탕 속에서 '좋은 작가'의 '좋은 작품'을 발굴할 수 있는 안목을 꼽는다.이 같은 안목을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부지런하게 미술품 거래 시장을 누비고 다녀야 한다.이런 과정을 거쳐 '이 작가는 참 좋은 작가'라는 판단이 서면 오랜 기간 꾸준히 추적해 좋은 작품을 낼 때마다 발 빠르게 매입하는 전략을 취하는 게 좋다.

주5일제 정착에 따라 여가시간이 많아지고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있는 게 미술시장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반 고흐나 칸딘스키의 작품 전시회에 관람객들이 꾸준히 몰리는 것도 미술품 투자에 대한 저변이 얼마나 확산돼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구입 후 1~2년도 되지 않아 수백%의 수익을 올리려는 허망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눈에 좋은 명작들을 '가격이 올라가도 좋고 안 올라가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가까이 두고 즐기다보면,반드시 좋은 결과가 돌아오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