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1분만에 따라잡기
현대미술 1분만에 따라잡기
미술 작가 중에서도 1) 훌륭하면서도 대중적인 작가 2) 새로 떠오르는 신예 작가 3) 지긋지긋할 정도로 과대 평가되어 있는 작가들이 있다. 이들 각 부류 가운데 작가 몇 명씩만 이름을 댈 수 있으면 (왜 좋은지에 대해서는 몰라도) 된다. 뭐가 좋은지에 대한 취향 뿐만 아니라 현대미술의 트렌트에 정통한 사람처럼 일 것이다.
1) 훌륭하면서도 대중적인 작가들-게라르트 리히터(화가)와 제프 월(사진 작가)
게라르트 리히터(Gerard Richter, 1932~)와 제프 월(Jeff Wall, 1946~)은 현대 미술사에서 가장 유명하고 존경받는 작가들이다. 따라서 이들의 작품은 비싸게 거래된다. 리히터는 포토 페인팅(회화 기법을 가미한 사진)과 추상화(형태와 색상만으로 구성된 복잡한 그림)로 유명한 독일 작가다. 월은 디테일로 가득찬 장면을 전문적으로 담아내는 캐나다 출신 사진 작가다. 그의 작품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리히터는 런던 테이트 모던, 제프 월은 뉴욕 MoMA에서 전시 중이다.
2) 새로 떠오르는 신예 작가들-사이먼 스탈링(컨셉트 아티스트)와 카이 알트호프(조각가 겸 화가)
리히터와 월이 회화와 사진 등 전통적인 장르에 충실하는 데 반해 사이먼 스탈링(Simon Starling, 1967~)과 카이 알도프(Kai Althoff, 1966~) 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미술에 접근하는 신예들이다. 스탈링의 대표작 중 하나는 ShedBoatShed다. 오두막집을 배로 만들었다가 강 위에 흘려보낸 다음 흩어진 조각을 다시 모아서 오두막집을 만는다. 알서프는 배에 칠하는 니스와 알루미늄 호일 등 비전통적인 소재를 사용해 터무니없이 노골적으로 성적인(sexual) 회화를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3)지긋지긋할 정도로 과대 평가되어 있는 작가들-매튜 바니와 대미언 허스트
매튜 바니(Matthew Barney, 1967~)와 대미언 허스트(Damien Hirst, 1965~)는 둘 다 유명하고 그림값이 높은 작가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작품이 주목을 끄는 것은 작품 자체보다는 작품이 주는 충격 때문이다. 바니는 남자의 생식기를 낮추고 높이는 근육의 이름(cremaster)을 따서 다섯 편의 시리즈 작품으로 유명하다. 허스트는 상어나 양(羊) 같은 동물을 포름알데히드 탱크에 던져넣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 두 사람의 작품은 영국의 헤비메탈 그룹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의 앨범 커버에 등장할 만큼 이미 신격화되어 있다. 바니는 아이슬란드 출신 가수 비요크와 결혼했다.
[필수 용어]
옆사람이 야구 얘기를 하면서 투수, 타자라는 말이 있는데도 '볼 던지는 사람'이 '치는 사람'보다 훨씬 낫다고 말한다면 야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현대미술도 마찬가지다. 적절한 용어 선택을 할 수 없다면 미술에 대해 전혀 말하지 않는 게 최고다.
◇개념 미술(Conceptual Art)
'개념 미술'이라는 말은 회화나 조각이 아니며 간접적으로 부각되는 아이디어에 기초한 작품들이다. 가령 당신이 당신 상사를 얼마나 미워하는지를 개념 미술로 만든다면 그의 얼굴을 그리지 않고 당신이 그와 싸우는 모든 방법을 그릴 것이다. 스트레스 공(손에 꽉 쥘 수 있는 부드러운 고무공), 처방약 등. 그런 다음 제목을 'My Boss'라고 붙이면 된다.
◇아트포럼(ArtForum)
젊은 여성들은 Vogue지를 보고, 보디빌더들은 보디 빌딩 잡지를 보듯 미술 애호가들은 ArtForum을 본다. 뉴욕에서 발행되는 이 잡지는 미술품 구매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정보를 담고 있다.
◇로잘린드 크라우스(Rosalind Krauss)와 이브 알랭 브와(Yves Alain Bois)
철학에 소크라테스, 물리학의 스티븐 호킹스가 있듯 현대미술에서는 컬럼비아대학 교수로 있는 미술 평론가 로잘린드 크라우스 교수와 프린스턴대 대학원 이브 알랭 브와 교수가 있다.
◇랜드 아트(Land Art)
미니멀리즘과 큐비즘에서 파생된 것으로 갤러리 바깥에, 주로 자연에 존재하는 미술작품을 가리킨다. 바위나 나뭇가지, 흙, 식물 등 '땅'에 있는 오브제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자연의 환경과 조건 속에서 서서히 없어지도록 내버려둔다.
◇설치(Installations)
일반적으로 설치미술이란 현대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가장 흥미있는 미술 양식 중 하나다. 설치미술이란 조각을 만들 때 쓰는 재료나 다른 매체를 이용해 특정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을 바꾸도록 유도하는 미술 작품이다. 약간 지겨워 보일 수도 있지만 가장 유명한 설치미술은 소머리나 구더기로 가득찬 유리 상자다. 따라서 다음에 화장실을 망가뜨렸을 때 사고를 저지른 게 아니라 설치미술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라.
♠현대미술에 문외한이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면…
1) "이 작품은 무엇을 그린 겁니까?"라고 절대 묻지 말라
2) "피카소""반 고흐""다빈치"의 이름은 입밖에 내지 말라
-이들 유명 작가와 잘 어울리는 에피소드를 들려줄 자신이 없다면 입밖에 꺼내지도 말라. 자기가 읽은 모든 책을 성서와 비교하는 것과 같다.
3) 비디오는 영화와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라
-권투와 레슬링은 공격적인 신체 접촉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스포츠다. 마찬가지로 영화와 비디오는 영상 예술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예술 장르다. 영화는 아방가르드 영화든 단편 영화든 관객에게 즐거움이나 충격, 슬픔을 안겨주기 위한 것이다. 이에 반해 비디오 아트는 영상 미디어의 한계를 최대한 넘어서 기존 영화가 만든 기대감에 도전장을 내기 위한 것이다.
4) 작품에 대한 감상평을 말하지 말고 그럴듯한 질문을 던져라.
①미술계의 전지구적 확산이 일종의 문화적 신식민주의(neo-colonialism)인가?
②수백억 달러 규모의 미술산업은 실제로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③젊은 작가들이 더 이상 뒤집을 만한 게 있는가?
④ 미술이 엔터테인먼트가 되어 버린게 아닌가?
⑤ 미술이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다면 원래의 기능을 잃어버린 것인가?
미술이란 그 작품을 소유한 사람의 지위를 나타내주는 상징(status symbol)이다. 이론상으로는 미술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힌 불쌍한 사람들이 만들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수천만원의 돈을 쓰는 부자들에게 팔리는 것이다. 따라서 지갑에 돈이 두둑하고 스스로 작품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기 전까지는 조용히 기다리는 게 현명하다.
*이 글은 Ryan Weatherill의 'How To Keep Up In A Contemporary Art Conversation'를 옮긴 것임을 밝혀둡니다.
현대미술 1분만에 따라잡기
미안한 얘기지만, 미술의 '미'자도 모르는 문외한에게는 피카소가 그린 10억짜리 그림이나 술취한 고릴라가 손가락으로 그린 그림이나 그게 그거 같다. 불행히도 미술은 소수의 엘리트만이 계속 판돈을 올릴 수 있는 자금을 보유한 '도박'같은 것이다. 그래서 교양인 행세를 하려면 죽은 고양이를 찍은 사진에 돈을 아낌없이 쏟아붓는 사람들 주변에서 무슨 얘기가 오가는지쯤은 알아둬야 한다.
말론 웨이언스(1972~)가 알 파치노보다 더 훌륭한 배우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최근 영화 흥행성적에만 관심이 있지 영화에 대해선 실제로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다. 미술에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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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훌륭하면서도 대중적인 작가들-게라르트 리히터(화가)와 제프 월(사진 작가)
게라르트 리히터(Gerard Richter, 1932~)와 제프 월(Jeff Wall, 1946~)은 현대 미술사에서 가장 유명하고 존경받는 작가들이다. 따라서 이들의 작품은 비싸게 거래된다. 리히터는 포토 페인팅(회화 기법을 가미한 사진)과 추상화(형태와 색상만으로 구성된 복잡한 그림)로 유명한 독일 작가다. 월은 디테일로 가득찬 장면을 전문적으로 담아내는 캐나다 출신 사진 작가다. 그의 작품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리히터는 런던 테이트 모던, 제프 월은 뉴욕 MoMA에서 전시 중이다.
2) 새로 떠오르는 신예 작가들-사이먼 스탈링(컨셉트 아티스트)와 카이 알트호프(조각가 겸 화가)
리히터와 월이 회화와 사진 등 전통적인 장르에 충실하는 데 반해 사이먼 스탈링(Simon Starling, 1967~)과 카이 알도프(Kai Althoff, 1966~) 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미술에 접근하는 신예들이다. 스탈링의 대표작 중 하나는 ShedBoatShed다. 오두막집을 배로 만들었다가 강 위에 흘려보낸 다음 흩어진 조각을 다시 모아서 오두막집을 만는다. 알서프는 배에 칠하는 니스와 알루미늄 호일 등 비전통적인 소재를 사용해 터무니없이 노골적으로 성적인(sexual) 회화를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3)지긋지긋할 정도로 과대 평가되어 있는 작가들-매튜 바니와 대미언 허스트
매튜 바니(Matthew Barney, 1967~)와 대미언 허스트(Damien Hirst, 1965~)는 둘 다 유명하고 그림값이 높은 작가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작품이 주목을 끄는 것은 작품 자체보다는 작품이 주는 충격 때문이다. 바니는 남자의 생식기를 낮추고 높이는 근육의 이름(cremaster)을 따서 다섯 편의 시리즈 작품으로 유명하다. 허스트는 상어나 양(羊) 같은 동물을 포름알데히드 탱크에 던져넣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 두 사람의 작품은 영국의 헤비메탈 그룹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의 앨범 커버에 등장할 만큼 이미 신격화되어 있다. 바니는 아이슬란드 출신 가수 비요크와 결혼했다.
[필수 용어]
옆사람이 야구 얘기를 하면서 투수, 타자라는 말이 있는데도 '볼 던지는 사람'이 '치는 사람'보다 훨씬 낫다고 말한다면 야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현대미술도 마찬가지다. 적절한 용어 선택을 할 수 없다면 미술에 대해 전혀 말하지 않는 게 최고다.
◇개념 미술(Conceptual Art)
'개념 미술'이라는 말은 회화나 조각이 아니며 간접적으로 부각되는 아이디어에 기초한 작품들이다. 가령 당신이 당신 상사를 얼마나 미워하는지를 개념 미술로 만든다면 그의 얼굴을 그리지 않고 당신이 그와 싸우는 모든 방법을 그릴 것이다. 스트레스 공(손에 꽉 쥘 수 있는 부드러운 고무공), 처방약 등. 그런 다음 제목을 'My Boss'라고 붙이면 된다.
◇아트포럼(ArtForum)
젊은 여성들은 Vogue지를 보고, 보디빌더들은 보디 빌딩 잡지를 보듯 미술 애호가들은 ArtForum을 본다. 뉴욕에서 발행되는 이 잡지는 미술품 구매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정보를 담고 있다.
◇로잘린드 크라우스(Rosalind Krauss)와 이브 알랭 브와(Yves Alain Bois)
철학에 소크라테스, 물리학의 스티븐 호킹스가 있듯 현대미술에서는 컬럼비아대학 교수로 있는 미술 평론가 로잘린드 크라우스 교수와 프린스턴대 대학원 이브 알랭 브와 교수가 있다.
◇랜드 아트(Land Art)
미니멀리즘과 큐비즘에서 파생된 것으로 갤러리 바깥에, 주로 자연에 존재하는 미술작품을 가리킨다. 바위나 나뭇가지, 흙, 식물 등 '땅'에 있는 오브제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자연의 환경과 조건 속에서 서서히 없어지도록 내버려둔다.
◇설치(Installations)
일반적으로 설치미술이란 현대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가장 흥미있는 미술 양식 중 하나다. 설치미술이란 조각을 만들 때 쓰는 재료나 다른 매체를 이용해 특정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을 바꾸도록 유도하는 미술 작품이다. 약간 지겨워 보일 수도 있지만 가장 유명한 설치미술은 소머리나 구더기로 가득찬 유리 상자다. 따라서 다음에 화장실을 망가뜨렸을 때 사고를 저지른 게 아니라 설치미술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라.
♠현대미술에 문외한이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면…
1) "이 작품은 무엇을 그린 겁니까?"라고 절대 묻지 말라
2) "피카소""반 고흐""다빈치"의 이름은 입밖에 내지 말라
-이들 유명 작가와 잘 어울리는 에피소드를 들려줄 자신이 없다면 입밖에 꺼내지도 말라. 자기가 읽은 모든 책을 성서와 비교하는 것과 같다.
3) 비디오는 영화와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라
-권투와 레슬링은 공격적인 신체 접촉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스포츠다. 마찬가지로 영화와 비디오는 영상 예술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예술 장르다. 영화는 아방가르드 영화든 단편 영화든 관객에게 즐거움이나 충격, 슬픔을 안겨주기 위한 것이다. 이에 반해 비디오 아트는 영상 미디어의 한계를 최대한 넘어서 기존 영화가 만든 기대감에 도전장을 내기 위한 것이다.
4) 작품에 대한 감상평을 말하지 말고 그럴듯한 질문을 던져라.
①미술계의 전지구적 확산이 일종의 문화적 신식민주의(neo-colonialism)인가?
②수백억 달러 규모의 미술산업은 실제로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③젊은 작가들이 더 이상 뒤집을 만한 게 있는가?
④ 미술이 엔터테인먼트가 되어 버린게 아닌가?
⑤ 미술이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다면 원래의 기능을 잃어버린 것인가?
미술이란 그 작품을 소유한 사람의 지위를 나타내주는 상징(status symbol)이다. 이론상으로는 미술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힌 불쌍한 사람들이 만들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수천만원의 돈을 쓰는 부자들에게 팔리는 것이다. 따라서 지갑에 돈이 두둑하고 스스로 작품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기 전까지는 조용히 기다리는 게 현명하다.
*이 글은 Ryan Weatherill의 'How To Keep Up In A Contemporary Art Conversation'를 옮긴 것임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