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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전시/미술치료

[미술치료]영화로 배우는 미술치료 이야기 3

영화로 배우는 미술치료 이야기 3

치료의 정점을 경험한 뒤 윌은 새롭게 태어나는 경험의 의미를 혼자서 되새기는 시간을 갖는다. 스스로 일자리를 찾아 면접을 보러 가기도 하고, 교수에게 사과를 하기도 하고, 숀과도 치료를 종결한다.

  치료가 종결될 때쯤 환자들이 느끼는 현실감 중의 하나는 바로 좁은 치료실에서 정확한 시간에 어김없이 만나 발전해 온 치료사와의 관계가 알고 보면 계약을 토대로 인위적으로 구성된 관계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한 관계의 치료적 효과를 의심한다거나 그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 그 관계라는 것이 치료가 끝남과 동시에 완전한 남남으로 끝나야 되는 것임을 '그제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는 말이다.


  윌은 전날 단짝 친구들로부터 생일 선물로 받은 자동차를 타고 숀이 마지막으로 해준 말처럼 자신의 마음을 좇아가기로 한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제야 확신하게 된 윌은 일자리와 친구들과 익숙한 고향을 버리고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진정한 성장의 관계 속으로 차를 몰고 간다. 쭉 뻗은 도로 위로 달리는 차는 스카일라가 있는 캘리포니아를 향한다.


  다른 관계들과 마찬가지로 치료적 관계는 상호 작용적인 관계이므로 환자 뿐 아니라 치료사 역시 그 속에서 변하고 성장한다. 그들 역시 평생 지워지지 않을 크고 작은 영향들을 받게 되며 바로 그러한 강렬한 만남과 성장의 기회가 치료사라는 직업의 매력이기도 하다.


  미술치료에서는 치료사와의 관계와 미술과의 관계라는 특이한 이중적 관계를 볼 수 있다. 그것은 치료의 작업을 어렵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가속화시키기도 하는데 처음에는 환자들이 치료사를 기쁘게 하려는 목적에서 혹은 관심을 끌려는 목적에서 미술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치 선물을 주듯 그림을 완성하여 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치료사를 위한 창작이 아니라 미술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자기 자신을 바로 보고 이해하기 위한 자료임을 이해하게 되면 환자들은 치료사와 미술 양 쪽에 동등한 애착과 믿음을 발전시킨다. 그러다 마지막 단계에 가서는 치료사의 도움 없이도 자기 자신의 거울, 위로, 공상, 표현의 역할을 담당해주는 미술에 1대 1의 관계를 맺으면서 스스로 치유적인 관계로부터 최대한의 효과를 이끌어내게 된다.


  그러나 어떤 환자들은 역으로, 미술과 일차적인 융합의 관계를 형성하여 마치 작품을 자기 자신처럼....
  이같은 철저한 몰두는 종종 치료과정을 역행하는데 누구도 개입할 수 없게 동일시된 그 관계를 느슨하게 해주는 것이 우선적인 치료의 목표여야 한다. 치료사의 임무는 서서히 그가 미술로부터 객관적인 표현의 거리를 둘 수 있게 돕는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함께 느끼고 나눌 사람들이 주변에 있음을 보게 하는 것이다.


  전이란 과거에 있었던 중요한 관계들에서 패턴화된 양식이나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이 의미 있는 새로운 인물인 치료사에게 투사되고 전치되는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에 반대되는 개념인 역전이란 쓰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것들을 지칭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좁은 의미에서 그것은 환자가 전이를 보일 때 치료사가 갖게 되는 반응을 가리킨다. 하지만 치료사가 역으로 환자에게 자신의 과거를 전이하는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 경우 치료사는 전이의 객체가 아니라 전이의 주체가 되는 셈이다. 넓은 의미로 볼 때 역전이란, 치료사가 환자에게 갖는 모든 종류의 감정들을 지칭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경우에나 잘못하면 치료를 방해할 수도 있고 환자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동일하다.


  영화 사랑과 추억에서


  톰의 치료는 클에 올라 결국 그의 어린 시절의 외상에 대한 고백에 다다른다. 어머니의 방식대로 기억을 억누른 채 평생 자기와 남들을 기만하고, 가식된 생활을 해왔음을 인정한다.  로웬쉬타인은 기분이 어떠냐고 묻는다. "생각보다 말을 하고 나니 편안하네요." 그러나 그는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톰은 뭔가를 참는 것 같은 모습이다. 로웬쉬타인이 그에게 속삭이듯 말한다. "이제부터 고통을 감싸는 법을  배워야 해요. " 고통을 기억할 수는 있지만, 그 고통을 가슴으로 느끼고 싶지는 않아서 톰이 "나를 내버려둬요" 하고 마지막으로 저항을 한다. "나도 당신의 고통을 느낄 수 있어요. " 진심으로 아파하면서 로웬쉬타인이 말한다.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해요." 그녀는 톰의 손을 잡아 주며 "대담하게" 다시 한 번 격려한다. 그러자 톰이 흐느끼기 시작한다. 로웬쉬타인이 그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너무 오랫동안 숨기고 있었어요. 이제 모두 드러내고, 떠나게 하세요. 울음은 고통을 느끼게 하지만 또 해방시켜 주기도 해요." 톰은 그런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어린애처럼 울어버린다.


  치료사가 평생 훈련받는 사항들


개인적인 의견을 펴지 말라.
누구의 편도 들지 말라.
너무 수동적이지 말라.
너무 직접적이지 말라.
도덕적으로 가치판단을 하고 있음을 보이지 말라.
환자에게서 관심을 분산시키지 말라.
자기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환자가 알게 하지 말라.
치료 시간 중 어떠한 형태로든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키지 말라.
자신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보이지 말라.
직업적인 역할을 가면으로 내세워 그 뒤에 숨지 말라.
정직하되 생각하고 있는 것을 전부 말하지는 말라.
자제하되 그렇다고 너무 기계적으로 움직이지는 말라.
진실하되 속이 빤히 보이게 전부를 드러내지는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