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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전시/미술재테크

[미술투자][미술재테크]검증 안된 작품 '덥석' 잡지 말라

[미술투자][미술재테크]검증 안된 작품 '덥석' 잡지 말라
박정수 현대미술경영연구소장

‘급매를 잡아라.’

부동산 이야기가 아니다. 미술시장에도 급매가 있다. 경기가 어렵다고 급매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급매물로 등장하는 작품의 숫자는 시장이 좋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 없다. 몇십만원에서 몇천만원까지 아주 다양한 가격과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민을 간다면서 혹은 사업상 급전이 필요해서, 물품 대금으로 받은 것이라 하면서 매매를 부탁해 온다. 위작이거나 시장성이 없는 작품이 대다수지만 이중에도 알짜는 꼭 있다. 다만 비쌀 뿐이다. 몇천만원 이상 가는 급매는 나오기 무섭게 매매가 성사된다.

최근 인사동에 급매로 나왔던 미술품이 하루가 안 돼 누군가의 소장품으로 매매됐다. 2007년 1억1000만원에 거래됐던 이모 화백의 작품이 8600만원에 나왔다가 순식간에 어디론가 사라졌다. 거액의 작품임에도 빠른 시간에 매매가 성사됐다. 그 작품이 필자에게 왔더라면 9000만원은 족히 불렀음직하다. 하지만 화랑과 친하지 않은 일반 콜렉터는 돈 되는 미술품의 급매를 잘 구입하지 못한다.

인사동에 급매로 나오면 화랑에서 먼저 구입하고 만다. 현금동원 능력이 있는 화랑이 몇 군데 있기 때문에 이들 화랑에서 선점해 좋은 가격이 형성될 때를 기다린다. 부동산과 빗대기는 뭐하지만 개발(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지속되면서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미술품은 급매가 성사된다.

‘급매를 잡아라’하는 소리는 우리네 사람들과는 여전히 멀어져 있다. 누군들 사고 싶지 않겠는가. 강남의 15억원짜리 아파트가 10억원에 급매물로 나왔다고 언감생심 꿈이라도 꿔 볼 수 있겠는가 이 말이다. 거래가 활성화돼 있는 미술품의 회전율은 부동산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그런가 하면 300만원, 500만원하는 작품들이 50만원, 100만원에 급매로 나오기도 한다. 낮은 가격임에도 찾는 사람이 없다.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찾는 사람이 없다. 미술품은 그만큼 유동적이란 의미다.

부동산은 속아서 사지 않았으면 구매한 당시의 가격은 어느 정도 유지된다. 바다를 막아 땅을 넓히지 않는 이상 더 이상의 땅도 없기에 시간만 지나면 반드시 오른다. 반면 새로운 미술품은 언제나 쏟아져 나온다. 미술품의 최초 가격이 얼마이던 간에 300만원까지 오르기는 쉽다.

간혹 1억원 이상 금액으로 미술품을 구입했다가 팔려고 하니까 1000만원도 되지 않더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화랑에서 구입해 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미술품의 시장성이 없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사고자 하는 구매자가 있으면 화랑에서 구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돈 되는 미술품은 소장자가 먼저 알고 있다. 누군가 미술투자를 생각한다면 작품성이나 시장성 등에 대한 평가가 일어나지 않은 화가의 작품에 올인 하지 말 것을 권한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주식투자의 룰이 여기에서도 통한다. 시장성과 작품성에 대한 시장의 검증이 오갈 때 올인 해도 늦지 않다.

권순익의 ‘읽다-즐거운 마음으로’는 글과 그림의 관계를 이야기 한다. 글이나 그림은 사회의 소통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소담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기자기한 글이나 소리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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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익, 읽다-즐거운 마음으로, 캔버스에 오일, 40x40cm,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