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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전시/미술전시회

[미술전시]윤성희展

윤성희展

'내면의 표피_Skin of mind'




2008년 9월 1일 ~ 9월 12일

덕원 갤러리 [약도보기]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5 Tel. 02-723-7771~2

dukwongallery.co.kr




본인의 작품들은 여성으로서 여성의 몸의 공간, 가족관계, 외국에서 한국여성으로서 문화적 차이를 경험하면서 느꼈던 갈등, 이 속 에서 여성의 삶을 재조명 하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것은 동시대의 문제적인 이슈이자 우리 사회의 민감한 주제들이다. 이를 바탕으로 개인적이기도 하며 공통된 경험을 여성의 신체를 이용하여 진정한 정체성의 의미를 보여주고자 함이다.

그 표현 수단으로는 대체로 신체의 피부를 상징화 하였고, 그 중 설치작업 ‘shedding her skin (껍질)’은 여성의 몸 형상을 한 뱀의 허물 같은 느낌으로 만들고, 사진과 동영상 작품인‘LINEAMENTIUM’은 직접 피부에 검은 선을 긋는 행위가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서 이 검은 선들은 몸의 전체에 그려지며 여성의 몸은 그로테스크한 하나의 형체로 변형 된다. 특히 이 작품은 사회적 또는 개인적인 제제에 대한 탈피와 내면의 갈등을 상징화하여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으며, 가장 최근 설치작품인 ‘껍질’은 뱀이 허물을 벗으면서 성장하고 자신의 흔적을 그대로 남기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들어 졌다. 이 작품의 작업 과정은 본인의 몸을 석고 작업으로 그대로 본뜨고 라이텍스로 피부를 만들어서 손수 앞 뒤판을 바느질하여 만들었으며, 이것은 하나하나의 허물들이 완성 되어질 때 몸은 죽은 피부를 버리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피부를 가지고 또 다른 성장을 하게 되는 의미이다.



예술작품에서 정체성에 대한 담론은 오랜 기간 동안 거론 되어진 주제이지만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여전히 자신을 타(他)자라 지칭하며 외적으로든 내적으로든 공허해 한다. 본인 작품의 기본적 의미는 여기서 찾을 수 있는데 거시적이고 추상적인 의미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포스트 모더니즘 타자론의 주축이었던 여성 신체 담론을 통해, 또한 본인의 몸을 직접 표현 수단으로 하는 방법을 통해 솔직하고 설득력 있는 소통을 시도하고자 함이다.



Skin : 껍질 ( 몸과 선 )

현대인들은 타인의 기준과 사회제도적 잣대에 점점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며 또한 공허해 한다. 나의 작업은 여성의 몸의 재현이라는 시점에서 출발하여 현대인의 존재성에 대한 물음을 목적으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인 작업의 주제는 대학시절 자신을 화폭에 옮기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그들 대부분은 전체의 보여지는 초상화나 전신화가 아닌 몸의 부분들을 선택해 이미지로 만들어나가는 과정이었다. 이 작품들에서 머리카락, 다리, 팔 들은 굴곡된 형태들로서, 부분적인 몸의 이미지들이 비현실적이거나 파편화되어 내면의 상태를 보여주는 형식 이었다. 개인적 경험과 상념을 추상적으로 표현했던 이 작업들은 미국으로의 유학과 출산을 동시에 경험하며 오히려 사회성을 지닌 개념으로 발전하였는데, 이는 여자의 몸, 더 나아가 본인 몸의 상징성을 소통의 매개체로 하여 여성성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작품으로 전이하게 되었던 것이다. 민감한 문제이지만 일반화 되어 있는 여러 가지 여성문제를 직접 피부로 경험하며 개인의 내면적 감정과 외부의 영향으로 인한 불투명한 현대 여성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큰 계기가 되었다. 그 표현 수단으로 신체를 이용한 이유는 앞서 언급 했듯 임신과 출산, 모성, 여성, 그리고 정체성을 이야기 할 때 몸, 특히 본인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는 것이 가장 커다란 의미로 작용 하였다. 여기서의 몸이란 그 표면적 미의 추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탈피와 성장의 의미이다.



이러한 주제로, 2006년 개인전(‘Lineamentium’)의, 두어 번에 걸친 퍼포먼스는 선택된 사람들에게 지시된 형태로 본인의 몸에 검은 선들을 그리게 하고 그 과정을 다큐멘타리 형식으로 보여준다. 검은 선들이 온몸을 휘감은 뒤 몸은 그로테스크한 하나의 형체로 변형 되어지는데, 이것은 기존의 여성 누드가 가지는 이미지에 반하여 그 한계를 넘어서는 것을 상징 하는 것이다. 또한 이 퍼포먼스에서는 검은 선이 그려진 뒤 조용한 고통이라는 주제아래 사진을 통하여 다양한 표정들을 드라마틱하게 연출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사실 지극히 개인적인 소재 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여성에게는 출산 후에도 한동안 배 한가운데 임신선 이라는 거의 검은 색에 가까운 선이 남아있는데, 그것은 임신이라는 특별한 기간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나 자신의 몸을 낯설게 만들었다. 그 거무튀튀한 선은 마치 공부를 위해 갓난아이를 멀리 한국에 맡기고 돌아온 나에게 죄책감이라는 표식을 새겨 놓은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결국 이것이 모티브가 되어 사회적인 또는 개인적인 제제의 의미를 바디 페인팅의 효과를 이용하여 나타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여성 또는 모성이라는 가치와 사회 관습적 의미를 돌아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여성의 누드를 이용한 퍼포먼스라는 좀 더 상징적인 금지된 표현의 영역을 이용해 솔직한 소통을 시도하고자 한 것이다. 이 작품은 기존의 여성이라는 틀의 탈피와 또 내면의 갈등이라는 두가지 의미를 동시에 보여주는 작업이었다.



특히, 이와 같은 맥락으로 가장 최근의 설치작품인 ‘shedding her skin’은 ‘허물을 벗는 몸’ 이라는 타이틀에 천정으로부터 여러 개의 인체모양의 허물이 걸려있다. 이것은 뱀이 허물을 벗으면서 성장하고 그 자신의 흔적을 그대로 남기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본인의 몸을 그대로 본뜨고 손수 앞 뒤 판을 바느질하여 만든 이것은 하나 하나의 허물들이 완성 되어 질 때 몸은 죽은 피부를 벗어버리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피부를 가지고 또 다른 성장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 반투명한 껍질은 현대인의 공허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하며 역설적으로 그 흔적과 자국은 보는 이에게 기존의 신체를 이용한 조각과 다른 의미의 아름다움의 힘을 보여 준다.



다른 설치 작품인 자장가(‘lullaby’)는, 하얀 저고리 위에 빽빽하게 먹과 붓으로 영어로 된 자장가를 세로줄로 써놓으며 아기에 대한 그리움과 마치 주홍글씨처럼 새겨진 엄마로서 여성의 굴레를 표현한다. 동시에 영문과 저고리라는 이질적인 소재로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낯설음 또한 상징하며 현시대를 사는 여성으로 결코 극복할 수 없는 모순들을 이야기 한다. 이 작품 시리즈중 ‘다른 이야기’라는 작품은 3미터 이상의 설치작업으로 마치 동양의 서예작품을 흉내내며 영문을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으로 써내려 간다. 임신에 대한 여자들의 느낌을 인터뷰한 이 내용은 영문이지만 서양인들 또한 읽어 내기가 어렵다. 이것은 소통과 타자에 대한 이야기를 역설적으로 전달하고자 한 작품 이었다.



위와 같이 나의 작품들은 여성으로서 여성의 몸의 공간, 가족관계, 한국여성으로서 문화적 차이를 경험하면서 느꼈던 갈등, 이 속에서 여성의 삶을 재조명 하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본 전시는 개인적이기도 하며 공통된 경험인 이러한 내용을 다른 시각을 가지고 여성의 신체를 이용하여 그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