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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전시/미술전시회

[미술전시]조병완展

조병완展

'나 또는 너 2008'


조병완, 나 또는 너07-07, 73cmX61cm, 혼합재료, 2007



2008년 8월 27일(수) ~ 9월 2일(화)

물파공간

서울 종로구 견지동 87-1 가야빌딩1층 T.02-739-1997~8


 

조병완, 나 또는 너080128, 140cmX205cm, 장지에 채색, 2008


2007년, 상처 입은 육체를 나에게 제물로 바쳤다.

흉물스런 육체를 양육하면서 환멸과 그리움을 함께 키웠다.

자꾸 바치며 나 또는 너를 달랬다.


2008년, 연초에 배가 불룩한 괴물 앞에 손을 내밀었다.

침을 뱉거나 도망칠 수도 없었고 점점 연민으로 쓰다듬고 싶어졌다.

너와 나는 주린 입을 가져서 제 안에 상처를 입힌다.

욕망은 때로 신사답고 엄숙하지만 때로 느긋하지도 순하지도 않다.

36.5도로 끓는 나 또는 너 때문에 온 세상이 바쁘다.

눈을 뜨면 하루가 할할 끓는다.


- 2008년 여름 조병완

 

조병완, 나 또는 너080219, 98cmx140cm, 장지에 채색, 2008


미추(美醜)의 측은지심

류철하(이천시립월전미술관 학예실장)

  조병완의 <나 또는 너> 연작은 격렬하고 기괴한 몸의 형상, 상처로 가득한 인간 실존의 자의식을 압박해온다. 육체는 언젠가 허물어져 버릴 허상인 것처럼 먹물을 뒤집어쓰고 흘러내리고 있다. 마음은 육체 속에 갇히고, 존재는 슬픔 덩어리이다. 임신한 몸 같은 형상은 인간의 몸이자 낯선 포유동물의 몸처럼 울고 있고, 상처를 쓰다듬으려는 손에서 흘러내리는 먹물은 새의 부리 같은 입으로 연결되어 있다.


조병완, 나 또는 너080421, 72.7cmX60.6cm, 천에 채색, 2008


  한 없이 크고 둔탁한 등판, 꿈틀거리듯 움직이는 여체의 뒷모습, 얼굴이 없고 성기로 대체된 여인의 전신상 등은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이 환상인 것처럼 고통과 욕망, 폭력과 혼돈, 에로티시즘과 소멸 등 인간이란 상징적이고 비유적인 피조물의 미추(美醜)로 다가온다. 아름다움은 추한 것이고 추한 것은 아름다움이다. 오직 욕망만이 미추 사이에서 흔들린다. 몸은 슬픔 덩어리이고 진정한 사랑은 이러한 슬픔을 관조하는 측은지심이다.


조병완, 나 또는 너080517, 72.7cmX60.6cm, 천에 채색, 2008


  그러므로 나는 곧 너이고, 나의 몸이자 너의 몸은 구분할 수 없는 낯선 형상이 되어 있다. 새의 부리 같고 돌고래 같은 몸의 형상은 마음의 고통을 상징한다. 벌거벗은 몸통 토루소는 격렬한 고통으로 분화된 자의식이 짐승의 절규처럼 펼쳐져 있다. 너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상처와 좌절, 고통과 욕망이 분화된 몸으로 전개된다.


조병완, 나 또는 너080611, 72.7cmX60.6cm, 천에 채색, 2008


  단절과 소통의 부재는 연작도상에서 전개한 호랑이 도상처럼 자의식의 분신을 그려 넣는다. 조병완의 그림에서 민화적 도상들은 부조리한 현실을 넘어가는 존재확인의 기호들, 예컨대 장승, 학, 불두, 연꽃, 물고기, 후투티 등과 같이 상징과 은유의 기호를 달고 삶의 세계를 유영한다. 우아한 관을 깃처럼 펼치며 날아든 한 마리 새(후투티)는 또 얼마나 작가의 마음을 사로잡았겠는가? 현실과 환영이 잘 짜여진 화면처럼 조병완은 환영의 세계를 헤쳐가며 마음의 풍경을 작품으로 선보인 바 있다. 조병완은 “그림은 내게 본성을 보는 자료를 제공하는 셈이고 그것을 통해 나의 본성에 더욱 접근하게 되는 것(마음찾기1)”이라고 피력하였다. 현실과 상상을 포용하면서 마음의 흐름을 풍경처럼 펼쳐놓는다는 것이다.


조병완, 나 또는 너080511, 112cmX162cm, 천에 채색, 2008


  <마음의 풍경>전에서 보여준 <명상> 연작에서 여러 개의 돌부처 형상에 동심원, 대나무 숲, 물고기, 새, 나무, 배를 탄 사람, 비 오는 풍경, 달을 보는 사람, 고창 바다 등을 푸른색으로 담았다. 또한 작업실에서 사용하는 그림 도구들을 청색화면 위에 펼쳐 놓았다. 그림 그리는 행위와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 정신의 지각작용이 하나라는 것을 풍경 속에서 보여주었다. 그가 펼친 마음의 풍경은 갯벌, 배, 돌장승, 선운사의 전설과 신화가 깃든 고창바다의 유년기와 연결되어 있고 작가는 현실을 아스라한 환상과 등치시킨다.


조병완, 나 또는 너080531, 100cmX80.3cm, 천에 채색, 2008


  이전 작업이 마음의 풍경과 현실의 환상이 동요되지 않은 세계, 나와 까치와 호랑이, 그리고 만상목이 상생을 이루는, 삶과 환영이 공존하는 낭만적 환상의 세계였다면 <나 또는 너> 연작은 삶과 인간 문제에 치열하게 부딪쳐 내외적으로 상처입은 격렬한 마음, 고투하는 인간의 리얼리즘의 세계이다. 환영도 은유도 아닌 포유동물의 울음이 피폐한 영혼을 위로하며 우리 앞에 서있다. 그의 본성의 또 다른 장면이  측은지심의 덩어리로 다가온다.


조병완, 나 또는 너080703, 100cmX80.3cm, 천에 채색, 2008


  조병완의 <나 또는 너> 연작은 이전 작업과는 다른 직설적이고 격렬한 감정의 반응, 신체왜곡을 통한 상징과 은유, 강렬한 색채와 흘러내리는 화면을 통해 인간이란 피조물, 몸의 슬픔 덩어리를 미추의 관념으로 시각화 하였다. 비록 평정심을 잃어보이는 이러한 화면이 한국화의 어법에 어긋난 일탈처럼 보일지라도 현실과 그러한 부조리한 풍경을 바라보는 내면의 토로라는 점에서 솔직한 자기발언이라고 생각된다. 이제 삶은 상처와 욕망, 현실과 명상의 계기들이 상징의 색채로 짜여진 은유가 아니고 좀 더 직접적인 고통의 산물, 욕망과 슬픔을 관조하는 미추의 세계를 직관하는 것으로 나아가고 있다.

 

조병완, 나 또는 너080708, 112cmX162cm, 천에 채색, 2008

 

조병완, 나 또는 너080717, 112cmX162cm, 천에 채색,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