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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전시/미술재테크

[미술투자]경기침체에도 세계 미술시장 커지는데…

경기침체에도 세계 미술시장 커지는데…
1ㆍ2차 오일쇼크때도 상승 "대체투자수단"
1990년대 일본경제 버블 꺼질 때는 몸살
투자자 저변 넓어진 건 과거와 다른 환경

"오일쇼크요? 미술시장은 상관없습니다."

원유 가격이 고공 행진을 벌이면서 전 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시장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미술시장은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열린 영국 런던 소더비 현대미술품 이브닝 경매 낙찰 규모는 1억8885만3831달러(약 2000억원)로 유럽에서 열린 여름철 현대미술 경매 최고 거래액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열린 런던 크리스티 현대 미술품 이브닝 경매 낙찰 규모는 1억7190만달러(약 1800억원)로 유럽에서 열린 크리스티 현대미술품 경매 사상 가장 큰 금액이었다.

지난해에 비해 경매 낙찰금액도 늘어나고 있다. 올 상반기 뉴욕과 런던에서 열린 소더비 현대미술 경매는 지난해 같은 해에 비해 낙찰금액이 46.4% 증가했다.

◆ 1ㆍ2차 오일쇼크 때도 미술시장은 성장

= 오일쇼크로 전 세계 경제가 감기몸살을 앓고 있지만 미술시장만 이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지난 1ㆍ2차 오일쇼크 때도 마찬가지였다. 1973년 10월 중동전쟁이 나면서 당시 3.2달러였던 원유 가격은 74년 1월 11달러를 돌파했다. 이른바 1차 오일쇼크다. 73년 10월 940이었던 다우존스지수는 1년 후인 74년 10월에는 600까지 떨어졌다. 한국도 물가상승률이 20%를 넘었고 경제성장률은 당시 7%대까지 추락했다.

이에 반해 미술시장은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미술품 지수인 메이 모제스 지수는 약간 상승세를 나타냈다.

배럴당 10달러에서 40달러까지 오른 79~80년 2차 오일쇼크도 미술시장은 비켜갔다. 79년 10월 870이었던 다우존스지수는 80년 4월 760까지 떨어졌으나 미술품지수는 소폭 올랐다.

오일쇼크로 인한 글로벌 경제 침체에서 유독 미술품 시장만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자금의 유동성 때문이다.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유동자금 중 일부가 대체투자수단으로 미술시장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러시아와 중동 등 산유국의 큰손들이 미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소더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런던 현대미술 이브닝 경매 때 9%에 머물렀던 러시아 구매자 비율은 올해 2월에는 15%로 늘었다.

미술품 경매회사 필립스 드 퓨리의 로드먼 프리맥 대표는 "주식과 부동산 가격 하락 등으로 갈 곳을 잃어버린 자금이 미술시장으로 모이고 있다"며 "특히 기름으로 큰돈을 번 러시아와 중동 거부들이 고가의 미술품을 사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금성 자산을 많이 보유한 에너지 재벌들이 침체된 주식ㆍ부동산시장 대신 미술시장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티 경매의 한 장면 <사진제공=크리스티>
◆ 미술시장 항상 오른 건 아니다

= 하지만 미술시장의 침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역사는 말한다. 89년부터 94년까지 메이모제스 지수는 50포인트 정도까지 빠졌다. 미술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경험했다.

미술시장이 붕괴된 원인은 일본 경제 버블 붕괴로 인한 세계 경제 침체였다. 80년대 급성장한 일본 기업들이 주요 미술품 컬렉터였기 때문에 이들이 자금 융통을 위해 단기간에 고가 작품들을 투매하면서 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졌다. 또 버블 붕괴로 일본 기업들이 미술품 구입을 중단하면서 작품 수요자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최근 미술시장 환경은 90년대 초와 비슷한 면이 있다. 하지만 90년대 초와 현재 미술시장이 다른 점은 컬렉터층의 다양화와 시장에 대한 신뢰도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부 큰손 컬렉터 위주였던 90년대 초 미술시장에 비해 현재는 개인, 기업, 연기금, 펀드 등 미술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수요자층이 다양하다. [정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