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흙이 빚어내는 아름다움 |
세브르, 이종수, 고암 도자기전 4월25일부터 대전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 |
대전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 도자기에 빠지다
마리앙뚜와네트 젖가슴 모양의 주발과 삼각 받침대 |
개관 10주년을 맞는 대전시립미술관은 기념 특별전의 일환으로 4월 25일부터 8월3일까지 한국 전통 도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해온 도예가 이종수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종수-겨울열매>전 등 도자기 특별전을 마련하였다. 특히 이번 시립미술관의 세브르전과 이종수전은 프랑스와 한국의 전통도예와 현대도예를 한 자리에서 비교해보며 그 문화적 차이와 깊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이응노미술관에서는 개관 1주년을 맞아 4월25일부터 8월31일까지 고암 도자 조각 <고암, 자유를 빚다>전을 개최 한다.
세브르도자기전 : 퐁파두르 부인에서 루이스 부르주아까지
아르케이 화병 |
18세기 프랑스 바로크 왕정의 도자기들에서부터 현대 화가들이 제작한 것에 이르기까지 역사와 전통, 현대성과 혁신성을 두루 갖추며 뛰어난 예술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전시는 마리 앙투와네트 가슴 모양을 본떠서 만들어 유명한 그릇 등 5만 여점의 소장품 중에서 최고의 품격과 역사적 의미를 갖는 작품 350여점을 선별하여 전시한다.
대리석 조각처럼 보이는 우아한 형태의 도자기 조각과 18세기에 개발된 채색기법으로 제작한 깨끗하고 밝은 백색과 푸른색 도자기는 세브르 도자기의 상징이다. 20세기에 접어들어서는 알렉산더 칼더, 이응노, 자우키, 아르망, 술라주, 루이스 부르주아 등 파리의 유명한 화가들과 디자이너들을 세브르 공장에 초청하여 작업에 참여시켰다. 그 결과 세브르 도자기는 접시에 그린 그림이 아니라 “접시 형태로 만들어진 그림” 혹은 회화와 도자 예술이 결합된 새로운 장르의 현대 미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집트인 이집트 식기세트 부속품 |
도입부에는 퐁파두르 부인이 루이 15세를 위해 세브르 도자기 공장에 제작을 의뢰한 도자기 장미 화단이 전시된다. 이 장미들은 2006년 세브르 도자기 제작소의 250주년을 기념해 다시 제작된 것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총 150 송이의 백색의 장미가 관람객을 맞는다.
제 1섹션 : 세브르 도자기 제작소의 역사와 도자기 제작 기술
세브르 국립도자기 제작소의 250년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사진 자료와 도자기의 제작 과정과 기법에 관한 상세한 사진과 재료 및 영상물이 소개된다.
제 2섹션 : 18세기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와네트를 위해 제작된 접시와 장식도자기, 마리 앙투아네트의 흉상과 그녀의 가슴을 본떠 만든 가슴 모양의 그릇 등 18세기 프랑스 궁정을 위해 제작된 다양한 도자기와 대리석조각처럼 보이는 도자기 인물상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제 3섹션 : 19세기
프랑스의 왕궁이었던 엘리제궁에서 사용되었던 식기세트 및 이집트 스타일의 장식 접시등 세브르 도자기의 화려함과 장식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된다.
제 4섹션 : 아르누보에서 오리엔탈리즘까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유럽 전역에서 유행했던 미술사조로 유럽미술의 전통 대신 자연형태에서 모티프를 빌려와 식물의 형태를 연상시키는 유동적인 선과 무늬 등을 사용해 장식성을 추구했던 아르누보의 영향을 보여주는 작품들과 유럽 도자기의 형성에 영향을 준 중국과 일본 스타일의 도자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제5섹션 : 20세기
추상적인 패턴이 도입되는 1930년대의 도자기부터 유명 화가, 조각가, 디자이너 등 현대 미술 작가들의 협업을 통해 제작된 작품 등 현대미술과 도자기의 만남을 살펴볼 수 있는 도자기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종수 도예전 : 겨울열매전
이종수작 '마음의 향' |
“도자는 불의 예술이며, 기다림의 미학이다.”
1935년 대전 출생으로, 서울대 미대 응용미술과를 졸업하고 76년부터 이화여대 미대 교수를 역임하다가 79년에 교수직을 사임하고 돌연 전업 도예가의 길로 들어섰다.
현대 도예에서 흔히 사용되는 가스 가마를 사용하지 않고, 손수 흙벽 오름새가마(여러 칸의 가마)를 만들고 마치 옛 도공처럼 작업을 하는 모습은 그의 장인정신을 보여주는 한 모습이다.
이종수작 '잔설의 여운' |
그의 작품들은 주로 백자 범주이면서 순색, 유백색 또는 엷은 갈색조 효과로 구워지거나 또는 연한 청회색조로 밝게 소성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표면을 광택 혹은 무광택으로 조절하며 작가의 미감을 자유롭게 드러낸다.
그의 작품 가운데는 기형과 표면질감을 현대적 조형미로 창출하여 현대도예의 자유로운 창작성을 보여주는 것들도 있고, 불에 따른 유약 소성과정의 자연적 결과를 계산한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작품들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그의 다양한 작업세계의 진수라 불릴만한 작품들이 시대별로 전시돼 그의 도자기 일생을 볼 수 있게 된다.
고암 이응노 도자조각展 :고암, 자유를 빚다
고암작 다이달로스 테이블 접시 |
고암이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세브르 국립도자기 공장의 디렉터인 세르주 고띠에씨의 부탁으로 도자기를 위한 도안을 그리고 만들기 시작한 것이 직접적인 동기였다고 한다.
고암의도자작품은 ‘흙’을 손으로 ‘빚어서’ 만들었다는 점에서 기법 상으로 평면적 회화보다 적극성, 진보성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평면이 아닌 입체, 무형이 아닌 유형이 빚어낸 문자의 집합, 인간군상의 어울림은 ‘관계와 맺음’이라는 상관관계를 표현한 것이며, 이는 바로 고암이 세계인을 향한 포용력이며 고암의 보편적 예술혼이라 할 수 있다.
전시는 관람자가 작품과 대화하면서 관람할 수 있도록 다섯 장으로 구성됐다.
1. 첫 번째 장 : 소외,고독감, 어두움의 상징
60년대 이후 꾸준히 제작되던 다양한 군상조각과 문자추상을 조형화한작품들로구성되었다.기하학적이고단순화된인간의형상과 이미지의기호화, 반복의 구조를 보여준다. 어두움을 테마 이미지로 하여, 암울했던 현실과 그에 대한 조형예술의 의지를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2. 두 번째 장 : 빛과 그림자의 교차이미지
고암 예술의 다양성과 방향성을 암시하는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추상성, 비정형성의 조각들을 통하여 삶의 그늘 속에서도 빛을 갈구하였던 고암의 정신을 보여준다.
3. 세 번째~네 번째 장 : 고암의 이야기와 세브르 도자기
문자 추상을 통해 고암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문자는 껴안고, 춤추고, 이야기하고, 서로 얽혀도 있으며 웃고 있기도 하다. 또는 나란히 서 다정한 모습을 하고 있기도 하고, 신경질을 내며 서로를 할퀴기도 한다. 문자를 통해 고암은 자신의 내면을 표현해 내고 있다.
세브르 도자기는 고암의 예술이 디자인화된 것으로, 고암 브랜드의 탄생이라 할 수 있다. 이들 작품을 통해 파리화단에서 주목한 고암 예술의 특성을 살펴볼 수 있다. 이 시기 도자는 원색화, 현대화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며, 현대인의 심미적 욕구를 만족시키고 있다.
4. 다섯 번째 장 : 고암의 정신
고암의 인간적 성품을 드러내주는 작품들로서 따뜻한 분위기의 문자, 군상 등이 어우러진 작품들과 곡선이 아름다운 도자 작품들은 고암의 순수성, 인간을 사랑하고, 삶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고암의 성품을 반영하고 있다. 인간을 희망으로 보았던 고암의 정신을 느끼며, 관람객 자신의 내부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입장료 : 세브르, 이종수전 5000원. 입장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