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궈창·장 후안 등 중국 현대작가도 도약할 듯
지난 한 해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현대미술품의 인기 상승이었다. 거래 물량도 늘고 작품 가격도 올랐다. 기존 유명 작가들의 거래 작품 수가 늘어나면서, 새롭게 거래되는 작가들도 생겼다. 프랜시스 베이컨과 마크 로스코, 앤디 워홀 등 현대미술 1세대에서부터 제프 쿤스, 대미언 허스트 등 40~50대 작가들, 나아가 20~30대 작가들의 선전도 두드러졌다. 서구 작가들뿐 아니라 중국과 인도 한국 등 아시아권 작가들의 부상도 두드러졌다.
2008년 올해에도 현대미술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미술 1세대들이야 이미 안정적인 입지를 갖고 있지만, 전후 세대인 1945년 이후 출생 작가들의 경우 미술계 내 입지가 확고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그 어느 때보다 유명 미술관에서 이런 전후 세대 작가들의 전시를 많이 하면서 이들이 미술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도 높아졌다.
현재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전시를 하고 있는 리처드 프린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처음으로 현대미술 개인전 작가로 초대돼 오는 9월 전시를 하는 제프 쿤스, 2월부터 테이트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피터 도이그 등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테이트 미술관에 작품 4점을 기증한 대미언 허스트의 입지도 한층 높아지는 추세고, 지난해 국내에서도 개인전을 선보였던 젊은 작가 올라퍼 엘리아손은 오는 4월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개인전을 한다. 남아프리카 출신으로 시장에서 꾸준하게 인기를 얻고 있는 마를린 뒤마스 역시 올해 말 모마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젊은 작가들이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활발하게 전시하는 덕에 올해 현대미술 시장의 전망은 밝다.
- ▲ 소더비가 오는 2월 27일 런던에서 여는 현대미술 경매에 출품될 예정인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거울 속 인물과 누드에 대한 스터디(Study a Nude with Figure in a Mirror)’. 추정가가 1800만~2500만파운드로, 이 가격에 낙찰되면 이작가의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다. /소더비 제공
중국 현대미술의 국제적 명성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차이궈창이 아시아인으로는 백남준 이후 두 번째로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고, 장 후안은 뉴욕의 유명한 상업화랑인 '페이스윌덴스타인'에서 5월에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무엇보다 세계적 컬렉터 찰스 사치가 세운 런던 최고의 사립미술관 '사치 갤러리'가 올봄 런던 킹스로드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개막전으로 중국 현대미술 작가들 전시를 열 것이라는 소식이다. 중국 현대미술은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베이징의 신흥 갤러리촌인 '798 지역'에 설립된 현대미술센터(UCCA)를 시작으로 중국 거물급 컬렉터인 구안 이, 장 호아밍 등도 중국에 현대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내의 이런 움직임은 시장 전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이들 미술관은 중국 현대미술의 미술사적 고찰과 이를 통한 이론적 무장을 추구한다는 계획이어서 '시장만 있고 담론이 없다'는 일부 비판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
한국 중국 일본 홍콩 대만 등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거점 확보를 위한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2년 전까지만 해도 홍콩에서만 아시아 현대미술품이 거래되었지만, 지난해 중반 이후 중국 일본 대만 경매회사들도 '아시안 컨템퍼러리 옥션'이란 타이틀을 걸고 전 세계 컬렉터 불러모으기 경쟁을 하고 있다. 국내 경매회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경쟁은 국내외에서 거래되는 젊은 작가군의 저변을 확대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작가들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지나친 가격 상승' 등 시장 불안요인 상존
물론 미술 시장의 불안 요인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지난해 작품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 심리가 있고, 지난해 소더비 등 일부 경매회사들이 작품 위탁자에게 개런티(작품이 얼마에 팔리든 상관없이 무조건 보장해 주는 금액)를 지나치게 많이 주어 생긴 손실로 인해 올해에는 뛰어난 작품의 수급이 힘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여기에 미국 신용 경색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 상황 등의 미술시장 외적 요인도 주요 변수다.
해외 시장에서 올해 현대미술품의 첫 세일은 오는 2월 개최되는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런던경매다. 특히 소더비는 최근 현대미술품에 대한 최근 시장의 관심을 반영, 올해 처음으로 '현대미술품 세일 주간(week)'을 별도로 지정했다.
이전까지는 인상주의를 포함한 근대미술 경매와 현대미술품 경매의 프리뷰를 동시에 진행하고 근대미술 경매 이틀 후에 현대미술품 경매를 바로 했지만, 올해부터는 근대미술품 경매와 현대미술품 경매의 프리뷰와 경매를 별도 기간에 실시한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거울 속 인물과 누드에 대한 스터디'가 2500만 파운드의 추정가에 출품되는 것을 포함해, 앤디 워홀의 '주디 갈랜드' 등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이 출품될 예정이다. 올 한 해 현대미술품의 인기가 지속될지 여부는 일단 이번 2월 런던 경매 결과를 보면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