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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전시/미술재테크

새해 아트재테크,‘유명’보다 ‘유망’에 투자하라

새해 아트재테크,‘유명’보다 ‘유망’에 투자하라

‘미술애호가’로 소문이 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그는 한국사립미술관협회 웹진의 원고청탁을 받고 “현대건설 재직시 보너스만 받으면 인사동을 뒤지고 다녔는데 그 시절 ‘아무 것도 모른채 샀던 그림’ 중 지금 꽤 비싼 값을 호가하는 것도 더러 있다”고 밝혔다. 이 당선자의 글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나도 미술품 한두점쯤 사봤으면…’하는 이들은 요즘 더욱 설레고 있다. 주위에선 지난해 산 그림이 1년도 안됐는데 두배로 올랐느니 어쩌니 하는 이야기도 솔솔 들린다. 하지만 작년말부터 미술시장의 거품이 꺼지며 일부 인기작가 작품값이 반토막났다는 소식도 흘러나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새해 미술투자의 화두는 무엇이며, 급변하는 시장상황 속에서 초보자가 꼭 챙겨야 할 핵심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화랑과 아트페어가 엄연한 ‘1차 시장’=올해엔 꼭 그림을 장만하겠다는 신년계획을 세운 이들이 적지않다. 그림을 걸어 문화생활도 즐기고, 투자수익도 거둔다면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그림은 부동산과는 달리 보유세며 양도세가 없어 매력적이다. 국내 시장은 조정기에 접어들었지만 미술품은 여러 시장불안요인에도 불구하고 대체투자재로 최고라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초보컬렉터들이 유의할 점이 있다. 이명박 당선자의 경우 현대건설에 몸담으며 인사동 화랑가를 누볐던 시기는 1980~1990년대다. 적어도 10~20년은 족히 됐다는 이야기다. ‘무심코 샀던 그림이 블루칩이 됐다’는 이야기는 솔깃하지만 장기적으로 묻어두었던 게 주효했던 셈이다.

이 당선자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미술품 컬렉션은 화랑을 통하는 게 우선이다. 최근들어 미술품 경매가 무섭게 부상했지만 작가들의 따끈따끈한 신작을 적정가에 살 수 있는 1차 시장은 역시 화랑이다. 화랑들이 개최하는 아트페어,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화랑미술제, 마니프아트페어 등도 1차 시장의 범주에 포함된다. 따라서 초보자들은 1차 시장의 동향을 늘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미술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에서도 화랑 등 1차 시장은 ‘first market’으로 불리며 미술시장을 주도한다.

국내의 경우 새해에는 강남 화랑들의 역할이 크게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 화랑가였던 인사동및 삼청동에 이어 청담동과 신사동 지역에 성격을 갖춘 화랑이 앞다퉈 들어서며 이들의 활동에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청담사거리의 대형신축건물인 네이처포엠 빌딩의 경우 국내외 내로라 하는 화랑이 12개나 들어서 ‘갤러리몰’을 형성했을 정도. 초보자의 경우 국제적 네트워크를 지닌 실력있는 화랑을 거래처로 정해 차별화된 정보도 얻고, 자문도 받을 경우 실수할 우려가 적어진다.

한편 지난해 상반기까지 기승을 부렸던 ‘치고 빠지기식’ 단타족은 어느정도 정리돼 비정상적인 손바꿈 현상은 진정될 기미다. 물론 지나치게 가격이 폭등했던 인기작가 작품 중 졸작은 조정될 공산이 크다.

▶시장 주도하는 경매, 투명한 거래가 장점= 단군이래 최대 호황을 누렸던 미술품 경매사들은 올해도 미술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다수 투자자들이 가격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열린 시장’인 경매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매사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난 탓에 경매사간 작품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따라서 컬렉터들은 믿을만한 경매사와 작품의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

지난해의 경우 경매시장에서 유명작가의 작품가격지수(2001년 100기준)는 지난 2006년의 181보다 무려51.9%나 상승한 275를 기록했다. 이는 여유있는 신흥컬렉터가 경매시장에 대거 유입됐기 때문. 그러나 새해에는 이같은 상승곡선이 다소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순응 K옥션 사장은 “작년말 낙찰가와 낙찰률이 일부 하락했으나 이를 미술시장의 위기 또는 침체로 단정해선 곤란하다”며 “조정장세를 거쳐 점차적으로 활기를 띨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우리의 경제규모와 국가 위상을 감안해볼 때 향후 미술시장 규모는 약3조원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매사들은 새해들어 온라인 경매시장 확산에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오프라인 경매의 회수를 줄이는 대신 온라인 경매횟수를 늘리고, 출품작도 더욱 다양화해 젊은 컬렉터의 기대에 부응한다는 복안이다.

▶새해 눈여겨볼 작품과 투자포인트=그러면 새해에는 어떤 작품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뚜렷한 오리지날리티(독자성)를 지닌 유망작가, 국제경쟁력이 있는 작가에 주목해야 하지만 이를 판별하기란 쉽지 않다. 말은 쉬워도 만만찮은 금액이 투입되는 만큼 결단을 내리기 힘들다.

지난 2001년 중국현대미술이 붐을 이루기 전 위에민준, 쩡판츠 등의 작품을 모아 ‘중국작가 5인전’을 개최했던 갤러리아트사이드 이동재 대표는 “당시 대다수 수집가들로부터 쌩뚱맞은 중국작가 그림이 왜 이리 비싸냐며 고개를 저었다. 중국작품이 오를테니 한번 믿어보라는 권고를 따랐던 이들은 요즘 ‘고맙다’는 말을 수시로 건넨다”고 밝혔다. 그 무렵 선보였던 중국작품은 현재 20~90배 이상 오른 상황. 이 대표는 “화랑 역시 확신을 갖긴 힘들지만 중국및 아시아작품 중 독창성을 견지한 작품은 더욱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pkm갤러리 박경미 대표도 “우리 작가의 경우 한점에 수억, 수십억원에 거래되는 중국작가에 비해 역량과 질은 떨어지지 않으나 가격은 현저히 낮은 편”이라며 “따라서 장식성을 강조한 작품에만 쏠릴 게 아니라 유망작가의 도전적인 작업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때 국제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작가인지 판단하는 게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또 사진이며 영상작품 등에도 관심을 갖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새해 미술계는 얌전(?)한 근대미술품 보다는 과감하고 혁신적인 현대미술품의 거래비중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해외미술품의 비중도 확산될 전망이다. 글로벌 아트마켓 정보를 꼼꼼히 체크하는 습관을 지녀야 하는 것도 이 때문. 이밖에 올해 미술시장의 변수인 고미술품 동향에도 관심을 갖고,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사진은 대구옥션M의 경매장면(촬영=서진수), 새해에도 가격상승이 이어질 중국작가 루오브라더스, 런샤오린의 작품,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현장> 이영란 기자(yrlee@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