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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전시/미술전시회

[미술전시]제비울미술관 젊은 작가 지원전

제비울미술관 젊은 작가 지원전

'喜劇展-SAY about laughs'


김석_추억의 명작로봇- 마징가 Z



2008년 3월 9일 ~ 5월 11일

제비울 미술관 1,2,3관

경기 과천시 갈현동 산 38-1  Tel(02)3679-0011(~2) Fax(02)3679-0888

www.jebiwool.org (월요일 휴관/입장료 무료)

관람시간: am 10:30-pm 6:30


공동 주최 : 제비울미술관 / 과천시

기획 및 진행 :제비울미술관학예팀


[전시참여 작가]

  김석 / 김우임/ 성지/이지은/ 한희정/ 홍남기


 

김석_추억의 명작로봇-자크

■ 전시기획의도

"희극전"은 매년 봄 제비울 미술관이 기획하는 젊은작가 지원전입니다.

2008년도는 한국화 1인, 조형1인, 영상 1인, 서양화 2인, 사진 1인 등 다양한 매체 6인을 선정하였으며, 이들 의 작업을 통해 웃음의 사회문화적인 관점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 전시에서는 관람객들에게 “웃음”이라는 것이 삶과 연관되는 미학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기획되었으며 참가하는 작가들은 사회맥락에서 공통적으로 생성되는 웃음의 유사한 경향을 보여주는데 주요한 근거를 제시하는 작품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우임_오이마사지


<SAY about laughs. -?그렇게 고독하십니까??>

 이번 제비울미술관에서 기획한 “희극전- say about laughs”은 비학문적 영역에서 우리를 웃게 만드는 현상들을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찾아보는 전시이다. 이 전시는 궁극적으로는“웃음”이라는 것이 삶과 연관되는 미학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기획되었으며,  작가들은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사회맥락에서 공통적으로 생성되는 웃음의 유사한 경향과 일상적인 삶에서도 희극적인 것, 이상야릇한 것, 즐거운 것 기묘한 것 ...들이 도처에 구현되고 있다는 것을 예리하게 짚어내고 있다.


김우임_온라인강의


   우리는 왜 웃는가? 울지 않으려고 웃을 수도 있겠지만 상식적인 웃음의 동기는 기쁨, 즐거운, 만족, 행복감이 크다. 그에 못지않게 타인에 대한 경멸, 조롱, 무시 그리고 불행을 보고도 곧잘 웃는다. 물론 마음속으로.  후자의 웃음을  20세기 벨기에 사회학자인 뒤프렐은 ‘배척의 웃음’이라 정의했는데 긍정의 웃음도 한 집단에서 공통된 반응이라면 이 배척의 웃음도 집단 안에서 묘한 연대감 속에 용인된다.  이런 감정의 일치는 문화를 보는 면에서 어떤 특정한 ‘가치들’ 중심으로 집단적 성향을 가지기 때문인데, 이번 전시에서는 뒤프렐이 정립하려했던 ‘누가 어떤 전제하에 무엇 때문에 웃고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작품 속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성지_그아이도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감정일치로 발생하는 웃음들이 모두 희극적이거나 코믹하거나, 유쾌한 것들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가 전혀 웃을 수 없는 대상임에도 너무 낯설거나 생소해서 ‘희극적’이 될 때도 있다.  한희정과 김우임의 작품이 그러한 경우인데, 한희정의 <보호색> 시리즈를 보는 순간 우리는 남의 약점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면서도 중년여인의 모습들이 농담처럼 느껴진다. 우리가 이 사진들을 보며  웃는 가장 공통된 이유는 아주머니들의 스타일이 자칭,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는 여러 매체들이 권하는 패션의 정상적인 상태를 초월했기 때문인데 , 여기서 우리는 순간적으로 뱉어낸 실소(失笑)가 실수라는 것도 깨달았음 한다.. 한때는 보석 같은 딸이었고, 소싯적엔 꽃 같은 자태로 만인의 연인이었을 중년의 어머니들.  작가는 시대를 잃고 가정에만 충실해야했던 어머니들에게는 화려한 옷과 양산이 세월의 상처를 감춰주는 유일한 보호색임을 얘기하며, 여자라면 피해갈 수 없는 시간을 세상 밖의 그녀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성지_비非극적인 장면6 oil on canvas 2007


  살다보면 나에게는 아찔하고 남에게는 흥미진진한, 괴롭지만 되돌릴 수 없는 사건들이 참으로 비일비재하다. 사실 생활의 코믹과 유머는 이 상황에서 가장 많이 나온다.  사람이기 때문에 드러나는 실수나 결점, 불완전함. 어쩌면 웃음의 핵심은 인간의 불완전성에 적을 두고 있는 것 같다.  김우임은 기본적으로는 평면 속의 공간감을 화두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시각적 재현은 재밌고 유쾌하다. 그녀는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드러나는 우리생활 속 방심의 순간들. 그 적합함과 부적합함이 교차되는 찰나의 표정들을 기묘하지만 익살스럽고 인간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온라인 강의>나 <치실>처럼 순간포착의 묘미가 있는 작업은 대상의 실체와 우리의 기대가 불일치하면서 웃음을 유발한다.


이지은_말뚝박기


“신데렐라는 어느 날 빈 독에 물을 붓다가 두꺼비가 주는 사과를 먹고 죽을 뻔 했지만 지나가던 알프스 소녀의 도움으로 밀림의 여왕이 되었습니다. ”


이지은_봉숭아학당


  다소 과장하긴 했으나 하루종일 네트상의 자료들을 클릭하고 있으면 이런 정리 안되는 병목현상은 누구나 경험할 것이다.

이지은 작가는 같은 맥락을 이미지에 적용하고 있다.  정보의 종류와 분량이 정리 할 수 없을 정도로 넘치고 있는 온라인 공간을 자신의 작품생산 공장으로 선택한 것도 흥미롭지만 꼬리를 물고 나오는 단편적 이미지들을 선별하여 처리 불가능해 보이는 다수의 인물을 필연적인 것처럼 화면에 구축하는 형식 또한 신선하다. 원본들은 네트상에 떠돌아다니는 광고나 보도사진, 사적이지만 공적으로 유입된 블러그 사진들인데,  우리가 이 예기치 못한‘관계’를 보면서 웃음을 터뜨리는 이유는 익히 봐서 알고 있었던 사회적, 문화적 셀러브리티들, 권력의 핵심이었던 인물들이 <봉숭아 학당>이나 <말뚝박기> 속에서는 해맑게 평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희정_보호색


평면회화에 같이 선정된 성지작가와 이지은 작가는‘미디어에 의해 주입되어 우리가 문화라고 믿고 있었던 것들‘을 살짝 뒤집어 보여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지은의 영역이 인터넷이라면 성지는 공중파 .즉 텔레비전이다.

우리는 텔레비전이 친숙한 필수품이며 문화의 중추라는 것을 알고 있다. 성지작가는 텔레비전 속 이야기, 특히 누구나 다 알고 누구나 다 할 것 같은 드라마 속 가족풍경에 대해 위트 있게 꼬집고 있다. 드라마의 맹점 중 하나는 비현실적인 상황들을 일상적인 것처럼 주입시키는 것이다 성지의 <非극적인 장면>에서는 드라마마다 똑같이 셋팅되어 있는 저녁식사 풍경을 통해 현실적이지 못한 중산층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해내는 아이러니한 모순을 지적하고 있으며, <“말씀을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와 <“죽어도 그건 안됩니다 저에게도 생각이 있습니다.”>는 멜로에서는 빠지지 않는 관계의 문제, 주인공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이면 항상 설정되는 가해자들의 대결구도를 침착하고 냉정한 칼라로 보여주고 있는데, 작가의 개입을 자제한 객관적 묘사가 현실은 사라지고 허상만 남은 TV속 인물들을 낯설게 하여 오히려‘희극적’이다. 성지와 이지은 작가는 소재 선택과 주제 설정도 새롭지만 각자 조형언어 구축방식과 진행과정이 참신하여 이 후 작업들도 많은 기대가 된다.


한희정_보호색


   슈퍼맨이 울고 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나라도 지켜야 하고 가정도 지켜야 하고 술도 잘 마셔야하고 일도 잘해야 하는 슈퍼맨이 칙칙한 피부를 하고 외롭게 울고 있다. 극심한‘강한 남성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의 남성을 허접한 아우라 속에서 연기하고 있는 홍남기의 <mr.홍> 영상 시리즈는 상황설정부터 웃음이 나온다. 이 웃음의 핵심은 작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있다. 착한사람이 아닌 ‘멋진 남성’으로 살아야 하는 이 시대의 수컷. 우리는 이 모토를 논리적으로는 동조하지 않는 척 하면서 습관적으로는 기대한다. 홍남기 작업을 보면 이 두 가지 상황이 동시에 진실처럼 보여 웃음을 일으키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할 것이다.  

 작가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남자의 인생이 사실은 사회가 원하는 시나리오에 따라 연기하는 희극적 상황이라 얘기한다. 이 역설적인 인생을 담아내는 그릇으로서 영상작업과 평면작업을 병행하고 있는데, 홍남기는 남성과 여성을 성역할, 취향, 또는 태도로서 경계 짓는 이분법적 사고를 거부하는 듯 달콤하고 말랑말랑한 캔디 칼라를 작품의 주조색으로 사용하고 있다. 작품의 주인공은 사회적 에토스에 더 이상 희생당하지 않는‘행복한 사람’을 목표로 삼은 작가 자신이다.


홍남기_puberty2008


마지막으로 김석 작가의 작품은 설명도, 그 어떤 수식도 필요 없는 웃음이다.

물론 작가와 유년의 추억을 같이 공유하는 세대만이 함께 웃을 수 있겠지만, 이 웃음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방인은 아니니 섭섭지 말았으면 한다. 공감하는 세대는 쏜살같았던 세월이 잠시 멈춰서는 천진한 순간을 맛볼 것이고 우리에겐 영웅이자 로망이었던 기운 센 천하장사 <명작 트로이카>를 모르는 세대라 해도 거칠고 세월을 견딘 듯한 목재로 추억을 형상화 시키는 작가의 조형기법을 정겹다 느낄 것이다. 다른 세대의 다른 웃음으로 공존하는 김석의 작품은 그야말로 순수한 에너지를 주는 웃음을 유발한다.


홍남기_puberty


오늘 이 작품들과 유머에 관한 사회적 태도는 평상시 우리의 분석력에 의하면 전혀 연결 지을 수 없는 현상과 대상들이었으나 웃음을 기반으로 발견된 희극적 효과가 서로의 상황들을 연결시켜주고 있다. 기획에 참여한 작가들은 개성 있는 시각을 통해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유사성을 찾아주었고 더불어 전시된 작품들도 웃음의 미학적 접근과 의미의 다양성을 이해하는데 좋은 제시어가 되었으면 한다.

 -제비울미술관 큐레이터 김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