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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전시/미술계동정

미술품에도 '양도세' 매길까


미술품에도 '양도세' 매길까

정부 "4천만원 이상 땐 차익 20% 내야"
미술계 "시장 클 때까지 기다려줬으면"

 

미술품에 양도세를 매길지 여부를 놓고 정부와 미술계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일 정기국회 개원에 맞춰 〈미술품소득세법안(가칭)〉을 국회 재경위원회에 제출했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 9일 이전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하겠다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입장이다. 이 법안의 골자는 한 점에 4000만 원이 넘는 미술품을 소유자가 되팔 때 차익의 20%를 세금으로 물린다는 것.

미술품 양도세 도입은 1990년 이후 정부의 '숙원 사업'처럼 돼 있었다. 정부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형평성 원칙 아래 줄기차게 미술품 양도세 도입을 주장해왔으나, 번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OECD와 유럽연합 회원국 거의 전부가 미술품에 양도세를 매기고 있고, 우리보다 개인 소득이 낮은 중국도 마찬가지"라며 "국제기준과 조세형평성 원칙에 맞게 가자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술계는 "한국 미술시장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현숙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고가 미술품을 사는 컬렉터들은 세금 내는 것보다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더 꺼린다"며 "소수의 컬렉터가 전체 장을 주도하는 미술시장 특성상, 이들이 시장에서 빠져나가면 중저가 시장까지 한국 미술시장 전체가 주저앉고 만다"고 주장했다.

물론 법안이 통과된다 해도 정부의 정확한 세원(稅源) 파악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전업과 겸업 작가를 모두 포함해서 우리나라 미술 인구는 6만 명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는데(한국미술협회 통계), 이 중 시장에서 꾸준히 거래되는 작가는 100명 안팎(한국화랑협회 주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작가들의 개별적인 비공개 거래에 대해서까지 전모를 파악하는 것은 "아직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미술계의 주장이다.

한국 미술시장 규모는 '단군 이래 최대 활황'을 기록했다는 2007년에 4000억 원대였고, 올해는 3000억 원에도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러나 미술시장 분석기관인 아트프라이스닷컴(www.artprice.com)은 2007년 전세계 미술품 경매 낙찰총액을 92억 달러(11조 원)로 집계하고 있으며, 화랑에서 개별적으로 거래되는 액수를 포함하면 모두 30조원(한국 시장의 70~80배)에 이를 것이란 추정도 내놓고 있다. 경희대 최병식 교수는 "한국 미술시장을 4000억 원대로 잡아도 우리나라 연간 달걀 거래액(1조2000억 원)의 3분의 1, 연간 두부 거래액(4500억 원)의 80%에 불과하다"고까지 말했다. 빠르면 이달부터 이번 법안은 움직이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칙'을 내세우는 정부와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고 반발하는 미술계가 아직은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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