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멕시코 화가 디에고 리베라의〈피놀레 파는 여인〉. 그는 영 화로도 소개된 프리다 칼로의 남편이기도 하다./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 전시에는 칼로뿐만 아니라 '멕시코 르네상스'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디에고 리베라, 호세 클레멘테 오로스코,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를 포함해 오스왈도 과야사민, 루시오 폰타나, 페르난도 보테로 등 라틴아메리카 15개국 작가 84명의 작품 120여 점이 걸린다.
전시는 '세계의 변혁을 꿈꾸다-벽화운동' '우리는 누구인가-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정체성' '나를 찾아서-개인의 세계와 초현실주의' '형상의 재현에 반대하다-구성주의에서 옵아트까지' 등 4가지 주제로 꾸며졌다.
프리다 칼로의 〈코요아칸의 프리다〉는 '나를 찾아서-개인의 세계와 초현실주의'에서 볼 수 있다. 그녀는 스무 살 때인 1927년 이 그림을 그렸다. 한창 상큼하고 발랄할 나이지만 멕시코 코요아칸의 거리를 배경으로 서 있는 칼로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다. 코요아칸은 그녀의 고향인 동시에 고통스런 전차사고가 일어난 곳.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가 불편했던 그녀는 열여덟 살 때 타고 가던 버스가 전차와 충돌하면서 밀려들어온 철골이 골반과 자궁을 관통하는 사고를 당했다. 전차와 버스가 충돌하는 순간이 작품에 직접적으로 묘사돼 있진 않지만 엷은 핏빛으로 물든 거리 풍경 아래 갈색 철로가 함께 그려져 있다.
'세계의 변혁을 꿈꾸다-벽화운동'에서는 인디오의 문화와 생활방식을 보존하고 부흥시켜야 한다는 인디오 전통 부흥 운동(indigonismo)과 원주민 문화에 기초한 새로운 민중예술을 구현해야 한다는 주장이 라틴아메리카 미술에 끼친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디에고 리베라의 〈피놀레 파는 여인〉이 대표적이다.
'우리는 누구인가-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정체성'에서는 프란시스코 나르바에스의 〈원주민 여인〉을 통해 남미 특유의 혼혈 문화와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펠리시아노 카르바요는 〈쾌적한 여름〉에 남미의 알록달록한 정글을 표현했다. 산등성이에서 산불을 진압하기 위해 노란 헬리콥터가 물을 뿌리고 있는데도 정글 속 동물들은 여유롭고 느긋하다.
'형상의 재현에 반대하다-구성주의에서 옵아트까지'에는 1940년대 중반 이후 급속한 경제 호황과 함께 다가온 기하추상 작품들이 걸렸다. 호아킨 토르레스-가르시아의 〈구조〉나 알레한드로 오테로의 〈색채리듬 19〉 등이 주목할 만하다.
이번 전시를 둘러보면 20세기 초반부터 1970년대까지 갈등과 상처로 뒤덮인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문화가 생생하게 다가온다. 라틴아메리카에 서구 모더니즘이 들어와서 전통과 충돌하고, 마침내 서서히 융합해 '현재'를 형성한 과정이 흥미롭게 드러난다. 한국 현대미술이 걸어온 궤적과 견주어보는 재미도 있다. 미술관과 예술영화 전문사이트 씨네아트의 공동 기획으로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남미의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라틴아메리카로 떠나는 영화 배낭여행'도 진행된다. 전시는 11월 9일까지. 관람료 6000원~1만원. (02)368-1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