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다른 서양미술사 또 다른 이야기 | ||||||||||||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미학과 미술사 접목시킨 신개념의 예술교양서 시대의 담론과 함께 예술사-철학 연결해 서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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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여러 종류의 서양미술사가 나와 있는데, 거기에 하나를 더 덧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미술사는 다양한 양식에 속하는 작품을 시간적 순서에 따라 서술한다. 2천 년이 넘는 역사 전체를 한 권의 책으로 개관하려면, 다뤄야 할 사조들이 너무 많아 각각의 양식을 짧게 설명하고 넘어간다. 이런 미술사는 오랜 시간에 걸친 미술사의 흐름을 개관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피상적 사실들의 홍수 속에 빠뜨리는 단점이 있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는 기존의 서양미술사 구성 및 서술체계를 단호히 버렸다. 저자는 대상 영역을 미술사의 맥락을 구성하는 데에 필요한 몇몇 주요한 양식으로 한정하되, 선택된 양식들 각각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조형의 원리 및 그 바탕에 깔린 예술의 의지까지 드러내는 깊이 있는 접근을 시도했다. 이 깊이를 확보하기 위해 미술사학에서 널리 알려진 대가들의 논문이나 저서를 선택해, 그것들을 선형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으로 미술사를 재구성했다. 즉 ‘서양미술의 원리’와 ‘서양미술의 역사’를 하나로 묶어내, 서양미술의 원리를 그 시대의 상황 안에서 설명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서양미술의 역사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는 미학과 미술사를 접목한 특별한 구성과 서술로 주목받는다. 독자는 먼저 이 책을 체계론으로 읽을 수 있다. 우리는 드로잉에 채색을 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 책은 미술의 근본 요소인 형태와 색채에서 출발한다. 그 다음 완성된 이미지를 공간에 배치하게 된다. 따라서 공간을 재현하는 투시법이 그 뒤를 잇는다. 대상과 공간이 합쳐져 형식을 이루고, 거기에는 당연히 내용이 담긴다. 우리는 그 내용을 읽어내야 하는데, 이 책에는 그것을 도상해석학으로 표현하고 있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는 이렇게 예술의 형식적 측면과 내용적 측면에 대해 먼저 살피고 있다. 이제 관심을 양식의 변화로 옮겨야 한다. 예술에서 양식의 변화를 낳은 것은 무엇인가? 어떤 이는 양식의 변화는 그 밑에 깔린 정신의 변화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이것이 ‘정신사로서 예술사’이다. 이와 달리 양식의 변화를 낳는 것은 지각 방식의 변화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그것을 ‘형식사로서 예술사’라 부른다. 이 책은 두 번째로 예술을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더 넓은 사회의 정신, 문화적 맥락 속에 위치시키는 서술이 배치된다. 우리는 예술의 방향을 결정짓는 것은 오로지 화가나 조각가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예술사의 중요한 시기마다 예술가 못지않게 결정적인 역할을 발휘하는 것이 비평가이다. 따라서 미술을 이해하는 데에는 또한 비평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우리는 거대한 양식의 변화를 초래했던 비평가를 만나게 된다. 이것이 세번째 요소이다. 마지막으로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돼 르네상스에서 부활하고, 19세기까지 이어졌던 고전주의 예술론이 붕괴하는 과정을 살펴본다. ‘모던(modern)’이라 부르는 시대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유형의 예술을 낳았다. 이 변화를 낳은 것은 물론 정치(시민혁명)와 경제(산업혁명)의 영역에서 일어난 변화다. 이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혁명과 더불어 찾아온 모던의 전사(11장 혁명의 예술, 예술의 혁명)와, 이어서 본격적인 모더니즘과 함께 시작된 고전예술의 붕괴 과정을 살펴보게 된다. 이로써 미술을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한 체계적 접근은 완료된다.‘서양미술사’는 미술사에만 머물지 않고, 시대의 담론과 미학 이야기 등을 철학과 연결해 서술하고 있는데, 이 부분 역시 그의 글쓰기와 구성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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