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신뢰 되찾으려면 | |||
미술계는 지난해 모처럼의 호시절을 보냈다. 상반기가 백미였다. 극히 일부 인기 작가에 국한되기는 했어도 그림값 상승세는 그림에 관심 없던 사람들까지도 화랑가를 기웃거리게 할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그림값이 14배나 오른 작가도 나왔다. 주식이나 부동산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상승 폭이다. 갤러리나 경매 현장, 전시회는 큰손들뿐만 아니라 소박한 꿈을 지닌 초보투자자들로 넘쳤다. 서울 지방 가릴 것 없었다. 그림에 대한 높아진 관심이 확실하게 표출된 한 해였다. 덕분에 미술경매회사들이 그림 유통시장의 중추로 떠올랐다. 미술시장에서 제대로 된 통계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경매회사와 갤러리를 통한 미술품 거래액이 전년보다 2배나 많은 4000억원 수준이었다는 추산이 무리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유명 작가 위작 사건으로 시끄럽더니 학력위조 사건, 비자금 의혹 사건 등 메가톤급 악재를 견디지 못하고 연말에는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됐다. 미술시장 주변은 항상 '가진 자들의 사치'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맴돈다. 편법 증여ㆍ상속의 수단이 아니냐는 싸늘한 눈초리를 받곤했다. 작년에 터진 대형 사건들은 미술시장의 어두운 모습들을 다시 상기시켰다.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는 시장에 미련을 가질 투자자는 없다. 큰손들은 더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속된 말로 미술품 없다고 굶어죽는 건 아니다. 작년 말에는 소위 블루칩이라고 불리는 인기 작가 그림이 반값에 나오는 사태까지 생겼다. 투자의 안정성 측면에서 심각한 결함을 노출한 셈이다. 2008년 미술시장은 일련의 악재들을 털고 재차 반등할지, 아니면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지 갈림길에 섰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회의론에 메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 국민소득 2만달러는 문화소비의 질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전기임은 여러 나라 사례에서 확인됐다. 소득이 늘어날수록 미술품 소장의 열망도 늘어난다.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에서 보듯이 돌발 악재는 펀더멘털이 건재하는 한 일시적인 영향을 끼칠 뿐이다. 우리나라 경제력은 전 세계 10위권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미술시장 규모는 인도와 비슷한 20위권으로 파악된다. 그런 잠재력을 감안할 때 그림 투자자들이 나름대로의 안목만 있다면 재미를 톡톡히 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안목이 하루 아침에 길러지지는 않는다. 공부도 해야 하고, 전문가 의견도 들어야 한다. 변덕스러운 미술시장 특성을 감안하면 편견에 빠지지 않는 균형감각도 결정적이다. 지난해 말에는 화랑 주인에게 그림을 반품할테니 그림값을 돌려달라는 투자자도 있었다. 화랑 주인으로부터 수익을 보장한다는 말을 듣지 않았다면 그런 해프닝까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말을 한 화랑이나 그런 말을 들었다고 그림을 덥석 집어간 사람이나 그림시장의 건강한 발전을 기대하는 대부분의 생산자(화가)와 소비자(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우리 미술시장은 아쉽게도 상승 곡선을 그릴만 하면 유명 화가 작품의 위작 논란에 휩싸인다. 미술공모전에 뇌물이 오간다는 얘기도 돌아다녔고 그중 일부는 발각되기도 했다. 심지어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미술품 감정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감정이 아니었다며 승복하지 않는 사례가 허다하다.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순수 미술시장은 필수적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프랑스나 이탈리아가 문화강국 이미지를 내세워 디자인ㆍ패션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천문학적이다. 강력한 순수 미술의 뒷받침으로 발전한 시각 문화가 막대한 국부 창출로 이어진 것이다. 순수 미술시장 발전을 담보할 신뢰 구축은 결론적으로 늦춰서는 안될 국가적 과제다. 미술계 스스로의 각성과 위작을 만들고 유통시키는 일부 미꾸라지들에 대한 일벌백계가 필요하다. [윤구현 문화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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