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애의 현대미술 들여다보기-첫번째 이야기
전세계적으로 미술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미술 경매에서는 수십억원을 웃도는 고가 작품이 잇따라 탄생하고, 미술작품을 재테크 수단으로 사용하는 직장인들도 크게 늘어나는 등 미술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어느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다.
현대미술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해와 대중들이 갖고 있는 예술에 대한 '벽'을 허물기 위해 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팀 이미애 팀장과 함께 '예술의 숲속'을 걸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미애 팀장은 계명대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고 동대학원 미술·디자인학과(미술사 전공) 박사과정 수료했다.
또 △월간 미술세계 객원기자 △대구문화인물사 집필진(대구향토문화연구소) 등으로 활동했으며 주요저서 '동서미술의 이해''한국전통미술의 탐구'등이 있다.
1. 현대 미술, 그 선은 어디까지인가?
죽음조차 예술로 승화시키다
"나는 죽음에 관심이 많고 영원을 갈망한다
하지만 죽음은 계획할 수도 피할 수도 없다"
예로부터 많은 예술가나 철학자들에 의해 미술에 대한 정의가 다양하게 언급되어 왔지만 지금까지 그 의미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채 모호하게 해석돼 온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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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소재로 새로운 예술 장르에 도전한 아티스트 데미안 허스트( Damien Hirst, 1965~ ). |
그러나 따지고 보면 미술이라는 어원은 한마디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기술'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사전적 의미로는 일정한 세계상·인간상을 미적·조형적으로 표현하는 예술이며, 그 어느 해석을 따르더라도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미(美)'는 빠지지 않고 나온다.
그렇다면 과연 아름다운 대상만 그림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미술은 보다 더 다양한 장르로 발전되어 왔고 지금의 현대미술은 이른바 '미술의 장르'로 보기 힘들 만큼 그 경계선이 완벽하게 무너지고 있는 실정이다.
예술사적으로 볼 때 마르셀 뒤샹이 변기(便器)를 그대로 뜯어다 전시해, '레디메이드(Readymades·기성품)'라는 새로운 미술 형태를 개발함으로써 예술의 벽을 허물기 시작했고 이후 팝 아티스트의 대표작가인 앤디 워홀이 '실크스크린(Silk Screen)'기법으로 단시간에 수십 장의 작품을 찍어내 상업미술의 거장으로 불리며 대중적인 대량 생산체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또 21세기형 팝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제프 쿤스는 현대 문화의 전형적인 키치(싸구려풍 이미지)를 고급 미술작품으로 둔갑시켜 작품 제작에 있어서 공장체제로 상용화하면서 현대 미술은 끊임없이 탈바꿈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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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달러(940억)에 판매돼 현존 작가의 작품으로는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미술계에 충격을 준 '신의 사랑을 위하여(For the Love of God / 2007)' |
요컨대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영국의 설치미술가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의 경우 그는 심지어 아이디어 스텝까지 고용해 예술제작 전반에 걸쳐 산업화를 이룬 인물이다. 그가 발표하는 작품마다 센세이션을 일으키자 세상은 그를 두고 '현대 미술계의 악동'이라고까지 부르고 있다.
이번에는 그런 데미안 허스트와 그의 작품 세계를 중심으로 현대미술을 들여다 보고자 한다.
2007년 6월3일부터 7월7일까지 영국 런던 메이슨 야드와 헉스턴에 있는 화이트큐브 갤러리에서 동시에 개최된 그의 개인전은 전세계 미술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왜냐하면 그의 전시작품 중 특히 사람의 해골에다 다이어몬드를 빼곡히 붙여서 만든 '신의 사랑을 위하여(For the Love of God)'라는 작품은 자그마치 1억 달러(940억)에 판매돼 현존 작가의 작품으로는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미술계에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파블로 피카소나 빈센트 반 고호 만큼 그렇게 유명세를 탄 작가도 아니고 작품의 내용면에서도 예술적으로 그만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지 불명확한 이 작품이 왜 이렇게 엄청난 이슈가 되는 것일까?
데미안 허스트는 1998년 골드스미스 미술대학 재학시절 16명의 동료들과 함께 '프리즈(Freeze)' 라는 전시를 기획해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되었으며 이 전시는'yBa(young British artists)'가 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yBa는 세계적인 컬렉터인 찰스 사치(Charles Saatchi)가 후원하는 일대의 젊은 영국 작가들을 묶어서 부르는 말이다. yBa의 특징은 원초적 생명을 모티브로 하는 것으로서, 주로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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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상어를 포름알데히드 용액 속에 넣어 제작해 데미안 허스트를 결정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작품.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 1991' |
데미안 허스트 역시 예외가 아니었는데, 그는'죽음'이라는 모티브를 작품화 하여 포름알데히드에 죽은 동물의 사체를 담아 죽음에 대한 주제의식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Natural History'로 시작된 이 작품은 죽은 동물들을 가지고 동물원을 만들 생각으로 제작에 착수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 거대한 상어를 포름알데히드 용액 속에 넣어 제작한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이란 작품은 그를 결정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은 유리관 속에 포름알데히드를 가득 채우고 동물들의 사체를 절단하거나 오브제로 조합하여 보존하는 거대한 생물 표본처럼 현대의 과학적 성과를 이용한 것이 주된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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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으로 간 돼지, 집에 있는 작은 돼지. -포름 알데히드 유리관 속에 반으로 절단된 돼지가 전자모터로 합체와 분리를 반복하는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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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을 위해 한 방향으로 헤엄치는 고립된 존재들/1991 |
그는 평소 인간의 삶을 종교와 사랑·예술·과학으로 둘러싼 사각의 틀로 보고 그 중심에 과학이 자리잡고 있다고 주장하는 작가이다. 어릴 적부터 해골을 드로잉 했고, 시체 보관소에서 해부된 시신을 드로잉 하는 등 죽음에 관심이 많았다. 때문에 그는 항상 “나는 죽음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고, 영원한 삶을 갈망한다. 하지만 죽음은 도처에 있으며 계획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것이다”라고 주장해 왔다.
앞서 언급된 '신의 사랑을 위하여(For the Love of God)'란 작품의 소재인 해골은 백금을 본 떠서 사용하였으며 치아는 실제 치아를 사용하여 완벽한 대상과 불완전한 대상을 결합시켜 만든 작품이다. 실제 치아를 남겨둔 이유는 그 해골의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그 개인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인간의 두개골에 백금 틀을 씌우고 자그마치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은 이 작품에 대해 데미안 허스트는 “죽음의 상징인 두개골에 사치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다이아몬드를 덮어버림으로써 욕망 덩어리인 인간과 죽음의 상관관계를 조망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어쨌든 '죽음' 이라는 주제의 작품이 관람자들로 하여금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게 하면서 전시공간의 효과를 조명과 무대장치로 극대화해서 한 편의 호러물을 보여주는 그의 작품은 이제 죽음마저 예술의 장르로 자리하여 전시장 한 켠을 차지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고 하겠다. 이 같은 작품이 점차 값나가는 상품으로 탈바꿈하면서 데미안 허스트는 세계의 미술시장 뿐 아니라 대중문화 산업도 역동적으로 바꿔 놓은 인물로 클로즈업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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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둑 자른 소머리를 유리관 속에 넣어 파리가 꼬이게 한 다음 그 파리가 전기 감전에 의해 죽는 라이프사이클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소머리가 없어 질 때 까지 이 과정을 반복되게 하는 작품이다. |
그는 현재 돈과 명성을 동시에 소유한 예술가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피하고 싶은'죽음'이라는 요소는 그에게 있어 작품에 영감을 주는 대상이 되었고, 그 작품은 어느새 예술의 한 장르로 부상하여 많은 애호가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작업에서 지속적으로 추구되고 있는 '죽음'에 대한 개념이 어쩌면 유한한 개체로서'죽음'조차 예술적 장르로 초극(超克)하려는 인간의 종교적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부호가 남기 때문이다.
<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