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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나눔

춘곤증, ‘문화’라는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

춘곤증, ‘문화’라는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
나른한 봄, 낮 시간대 볼만한 공연
 
최영인 인턴기자

 
▲ 뮤지컬 [러브]의 커튼콜 장면     ©김규준 기자

 
‘봄꽃도 한때’, ‘봄도 한철, 꽃도 한철’이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봄이나 꽃의 짧은 수명을 빗대어 ‘인생의 좋은 시절이 오래가지 못함’을 뜻한다. 그런데 더욱 애석한 것은, 이렇듯 짧은 봄의 시간을 온전히 즐길 수만도 없다는 것이다. 그 아까운 시간을 잠으로 허비하게 만드는 ‘춘곤증’이라는 녀석 때문.
 
특히, ‘춘곤증’의 특성이 바로 낮 시간에 집중적으로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비책을 하나 마련했다. 이름 하여 ‘잠이 오는 당신, 즐겨라!’이다. 낮 시간에 비교적 여유로운 주부들이나 학생들이 즐길만한 다양하고 유쾌한 낮 공연들을 모아봤다. 자! 그렇다면 과연 어떤 공연들이 준비되어 있을지, 함께 살펴보자!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공연계에서 평일 낮 공연을 ‘마티네’라고 부른다. 이는 ‘마탱(matin:아침)’이라는 프랑스어에서 따온 것. 사실, ‘마티네’ 공연이 흔한 것은 아니다. 낮 시간에는 비교적 공연을 관람하는 이들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낮에 공연 관람객이 적다는 점을 감안, 할인된 가격으로 ‘마티네’를 기획한 공연도 있다. 이를 잘만 활용하면 나른한 오후시간을 경제적이고, 보람 있는 황금 시간으로 바꿀 수도 있다.  
 
뮤지컬 [러브]가 그 대표적인 예다. [러브]는 관객들을 위해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오후 3시 공연을 20% 할인해준다. 독특한 제작방식과 노인 배우들의 출연으로 지난 2월 초연 때 큰 사랑을 받았던 뮤지컬 [러브]. 그 인기에 힘입어 3월 15일부터 ‘KT&G 상상아트홀’에서 앵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단, 3월 30일까지의 짧은 공연 일정 탓에 실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일수는 4일 밖에 되지 않는다.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선 좀 더 서둘러야 할 듯.
 
마치 영화처럼 ‘조조할인가’를 적용한 공연도 있다. 바로 연극 [머쉬멜로우] 가 그것. 공연시간 역시, 기존의 공연들은 감히 시도할 수 없었던 이른 시간이다. 오후 1시 30분 공연이라고 하니, 과연 ‘조조할인’이라 부를 만하다. 가격도 영화 관람비와 비슷한 9천원(인터넷 예매 시). 다른 공연들보다 부지런히 움직여야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가격을 생각한다면 ‘배부른 투정’이 아닐까? 연극 [머쉬멜로우]는 ‘대학로 키득키득 아트홀’에서 오픈 런으로 계속 공연 중이다.
 

▲ 연극 [nabis 햄릿]의 공연포스터 중 일부     © 뉴스컬쳐 DB

 
연극 [nabis 햄릿]의 할인 공연도 예외일 순 없다. 앞선 연극 [머쉬멜로우]보다는 한참 늦은 오후 5시 공연이지만, 할인율이 무려 40%나 된다. 하지만 주의해야할 점은, 금요일에만 적용된다는 사실. 금요일에만 오후 5시 공연이 있기 때문이다. 연극 [nabis 햄릿]은 오는 3월 8일부터 4월 6일까지 ‘대학로 설치극장 정美소’에서 공연된다.
 
오는 3월 13일부터 5월 12일까지 ‘상명아트홀 1관’에서 공연되는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역시 기특한 할인계획을 가지고 있다. 인터파크 예매 시, 수요일 4시 공연을 20% 할인된 가격에 관람할 수 있는 것. 아마 박철민, 박원상 등 배우들의 화려한 입담에 배꼽 빠질 듯 웃다보면 ‘춘곤증’따위는 싹 잊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연극 [리타길들이기] 또한 ‘수요일 4시’를 내세웠다. 매주 수요일만큼은 티켓가격을 30%만큼 낮춰준다는 것(인터파크 예매 시). 리타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생동하는 봄의 기운을 느끼게 될 것이다. 3월 14일부터 5월 18일까지 리타를 만나러 ‘원더스페이스 동그라미 극장’으로 Go! Go! Go!
 
할인율 50%를 자랑하는 뮤지컬 [배고파]와 매주 수요일 4시 공연을 30% 할인해주는 연극 [룸넘버 13]도 눈 여겨 봐야 할 공연 중에 하나이다. 뮤지컬 [배고파]는 평일 5시 공연이 무조건 50% 할인되며, 심지어는 월요일에도 공연을 한다. 뮤지컬 [배고파]가 오픈런으로 공연 중인 장소는 ‘대학로 마당세실극장’이다. 연극 [룸넘버 13]은 올해 12월 31일까지 관객들을 위해 ‘대학로 스타시티 2관’을 활짝 열어놓을 예정이라고.

 
공연장, 함께 가면 안 되겠니?
 
시간대별 할인공연이 있는가 하면 동행인에 따라 할인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공연들도 있다. 공연 제목에 등장하는 인물과 이름이 같은 관객들에게, 몇 세 이상 혹은 몇 세 이하의 관객을 동반한 이들에게, 심지어는 직장동료와 함께 공연을 보러 가면 할인을 해주기도 한다. 이런 독특한 이벤트의 이면에는 관객들의 인간관계를 돕고자 하는 공연계의 숨은 바람이 포함되어 있을지도.
 
우선은 모녀끼리 오붓한 시간을 권장하는 연극 [내가 가장 예뻤을 때]가 있다. 이 공연은 ‘모녀티켓’이라는 이름의 할인티켓을 내놓았다. 금요일 오후 4시 공연에 한해, 회당 10쌍의 모녀들에게 공연을 50% 할인해주는 것. 이를 즐기고 싶다면, 3월 13일부터 6월 15일까지 엄마를 모시고, 또는 딸과 함께 ‘인켈 아트홀 2관’을 찾아보자.
 
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은 ‘퀸즈데이’와 ‘실버데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부담 없는 가격의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퀸즈데이’는 한 달에 한 번씩 정해진 수요일(3/12, 4/2, 5/7, 6/4, 7/2)마다 오후 2시 공연을 50% 할인해 주는 것으로, 주부들만이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실버데이’에는 60세 이상의 어르신을 모시고 공연을 보러갈 경우, 모두 50% 할인을 받게 된다. ‘실버데이’가 적용되는 날은 매월 둘째 주 목요일(4/10, 5/8, 6/12, 7/10) 오후 2시이다.
 
▲ 연극 [리타 길들이기] 기자간담회에 나선 배우들과 프로그래머     ©이창균 인턴기자

 
앞에서 소개한 공연 3편 역시, 낮 시간 할인 뿐 아니라 이색적인 동행인 할인 이벤트까지 자랑한다. 연극 [리타길들이기]는 ‘女友티켓’(인터파크 예매 시)이라는 앙큼한 계획을 시도, 여성 4인 이상 평일 공연에 한해, 30% 할인을 실시한다. 같은 연극열전 시리즈인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 역시 ‘사友교감 티켓’ 방식을 적용, 직장 동료나 선ㆍ후배 3인 이상이 평일 공연을 관람할 경우, 30%의 할인을 해줄 예정이다. 이때, 명함이나 사원증 또는 신분증을 지참하는 것은 필수.
 
뮤지컬 [러브]의 공연도 ‘우리가족, 우리세대 together 할인’을 통해 안성맞춤식 가족공연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부모와 자녀, 또는 손주와 조부모 등 2세대가 함께 공연을 볼 경우에는 20%, 조부모와 부모 자녀가 함께한 3세대 공연관람의 경우 30%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전화예약(1544-1555)만 가능하다는 것.
 
이처럼 다양한 공연들이 저마다의 배려(?)로 관객들에게 기쁨을 전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를 외면한 채, 낮잠과 씨름하느라 시간을 허비한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억울한 일이다. 비록 아직까지는 살을 에는 추위 덕분에 나른한 오후를 실감할 수 없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봄날의 나른함을 이겨내고 싶다면, 낮 시간을 깨울 공연 한 편 예약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듯. 유비무환(有備無患)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