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트렌드 따라 미술품 트렌드도 바뀔것" | |
[커버스토리-건축물도'볼륨'의 시대]
◆정준모/미술평론가,고양문화재단 전시감독
주위에서 "앞으로 어떤 미술품이 뜰 것같으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러면 나는 "향후 부동산(선호주택) 트렌드를 꿰뚫으면 미술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고 답한다. 서구화가 유난히 빠르게 진행된 우리나라에선 주거공간이 지난 50년간 한옥에서 양옥으로, 아파트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로 숨가쁘게 변해왔다. 때문에 그림도 급(急)템포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앞으론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대신 최고급 타운하우스며 맞춤형 주택이 선호될 전망이어서 소위 블루칩 작품도 달라질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감상과 함께 투자도 염두에 둔다면 "과연 이 그림이 10~20년 후 주택에도 부합될까"를 반드시 따져본 후 구입해야 한다.
과거 한옥시절에는 서예며 병풍, 족자가 제격이었고, 동교동 명륜동 등 단독주택시절에는 청전 이상범, 심산 노수현의 동양화가 인기였다. 1970년대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분양되면서 도상봉 윤중식 등의 서양화가 전면에 등장했고, 1990년대 대치동 서초동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며 그림 판도가 다시 달라졌다. 좀 더 규모가 크고 추상적인 그림이 인기를 모으기 시작한 것. 이어 2000년대에는 도곡동 타워팰리스 같은 초고가 아파트가 들어서며 외국작품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그러면 앞으론 어떤 작품이 인기를 모을까. 2010년 이후에는 빌라형 타운하우스와 맞춤형 고급아파트가 부동산시장을 리드할 전망이어서 선호작품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이들 주택은 거실층고가 일반아파트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아(3.5~5m) 초대형 작품이 선호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와 첨단 오피스텔에는 2~3m가 넘는 대형작품들이 척척 내걸리고 있어 변화를 실감케 한다.
이영란 기자(yrlee@herald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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