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 명곡·명화 함께 감상하기 |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 진회숙 지음 / 세종서적 |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 |
세계적 음반사 낙소스의 ‘아트 앤 뮤직’시리즈는 음악을 통해 서양미술사 대표화가들에 다가서는 기획음반이다. 클림트 앨범의 경우, 19세기말 화가 클림트작 ‘키스’를 표지 그림으로 내세우면서 동시대 작곡자인 말러 스크리아빈 쇤베르크 등의 음악을 수록했다. 비디오의 미술과 오디오의 음악, 이질적인 두 장르가 당대라는 틀속에서 만남이 이뤄졌다. 한편 2000년 연말 금호미술관에서 열린 ‘미술속의 음악’전은 음악 주제의 미술품을 통해 음악과 미술의 소통을 주목해본 전시였다. 음악 소재의 경쾌한 그림을 추구했던 뒤피, 소리에 다채로운 색의 이미지를 담아낸 메시앙 등 두 장르가 어우러지며 ‘눈으로 보는 음악’‘귀로 듣는 미술’의 세계가 이어져 왔다. 음악과 미술을 연결지으면서 둘 사이의 공통분모 찾기를 시도한 이 책의 저자는 클래식음악 저서를 여러 권 펴낸 음악칼럼니스트. 그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에 2년간 연재해온 시리즈를 토대로 ‘명곡과 명화의 만남’이란 주제로 시공간과 장르를 넘나드는 상상여행을 시도한다. 겨울이라는 계절에서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나그네’과 독일 낭만파 화가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풍경화를 떠올리며 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짚어내는 식이다. 저자는 두 작가가 공통적으로 깡마른 겨울나무와 스산한 겨울풍경을 즐겨 다루며 ‘상실의 계절’겨울에 집착하면서도, 디테일은 달랐다고 분석한다. 아버지에게 내침을 당해 줄곧 친구집을 전전하며 실제 방랑자의 삶을 살았던 슈베르트의 음악에서 현실을 탄식하고 체념하는 분위기를, 반면 프리드리히의 그림에선 오히려 고독을 넘어선 구도자적 염원을 읽어낸다. 저자는 또 재즈음악에서 20세기 미국 작곡가 거슈윈과 19세기말 프랑스 화가 로트렉을 떠올린다. 대도시 뒷골목을 다룬 거슈윈의 ‘파리의 미국인’과 파리 밤세계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던 로트렉의 그림이 시공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엇비슷하게 뒷골목의 정서, 비주류 아웃사이더들의 삶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쌍의 달뜬 사랑이야기가 엇갈리며 이어지는 셰익스피어의 소설 ‘한여름밤의 꿈’을 토대로 멘델스존과 샤갈이 발표한 동명의 음악과 그림도 비교·분석의 대상이다. 멘델스존과 샤갈이 서로 다른 시대와 지역에서 활동했지만, 유대인 예술가로서 꿈과 환상의 세계를 펼쳤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한 경향을 지녔다며 저자는 음악과 그림의 ‘환상 코드’를 주목한다. 모차르트의 음악과 뒤피의 그림에서 ‘충분히 참을 수 있으며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닌 가벼움’의 의미를 말하고, 비제 의 오페라 ‘카르멘’과 슈트라우스의 오페라‘살로메’및 클림트의 그림으로 ‘팜므 파탈’론을 펼친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 |